“국내 풍력발전 시장을 키우되, 외산 풍력발전기가 국내 시장을 독식하지 않도록 시장개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남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신재생에너지 ‘국수론자’다. 한때 한국풍력기술개발사업단장으로 풍력산업 태동기를 이끌면서 기술·제도적 허점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탓이다.
최근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나서고 있는 점은 찬성하지만 국산 풍력발전기가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시장개방은 다소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 박사는 “지난해 국내에는 태양광 발전 붐이 일었지만 국산 태양전지 설치비율은 단 20% 내외였고 나머지는 독일·중국 등 외산제품이었다”며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가지기 전에 시장을 열면 결국 외산 제품 범람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중국·독일 등도 자국제품 경쟁력이 갖춰질 때까지 각종 제도들을 적용해 외산 제품이 수입되는 속도를 늦췄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산 풍력발전기 업체와 발전업체가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산 제품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국산 풍력발전기 경쟁력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개선해야 할 국내 산업저변에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풍력발전소 보급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개 부처 12단계를 통과해야 하는 현행 제도가 풍력발전소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풍력발전기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풍력발전기의 그늘 때문에 일사량이 줄어 농작물에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발전기 소음에 의한 피해도 과장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경 박사는 또 풍력발전소와 변전소 간 송전선 설비 비용도 전력회사에서 부담하는 쪽으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