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전국 식육점에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이 도입된다. 전문가들은 쇠고기 유통질서를 잡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국내산과 수입산, 한우와 비한우의 둔갑판매를 완전히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은 전국의 한우 사육농가에서 송아지가 태어나면 12자리 개체식별번호를 귀표로 부착하고 관청에 신고해 소의 이동과 도축, 판매까지 전 과정의 각종 정보가 공개된다. 정부는 지난 연말 사육단계로에 이력추적 시스템을 도입했고 내달 22일부터 판매단계로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쇠고기의 12자리 식별코드를 인터넷, 휴대폰으로 조회하면 소가 어디서 자랐고 도축됐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력추적시스템이 전면 도입됨에 따라 유통질서를 바로 잡고 위생문제 발생시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이력추적의 기술상 한계 때문에 소비자들이 무조건 안심하고 쇠고기를 사먹을 수 있다고 장담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우와 비한우 확실히 구분못해= 비싸게 구매한 한우고기가 알고 보니 진짜 한우가 아닐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서 사육하는 소 중에서 교잡우(젖소+한우)는 한우와 생김새가 비슷해서 전문판별사도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 송아지에게 처음 식별번호를 부여하거나 도축단계에서 한우 또는 비한우인지 제대로 구분 못하면 소비자에게 잘못된 상품정보가 그대로 유통된다. DNA검사를 이용한 한우판별법이 제일 정확하지만 적잖은 경비와 시간문제로 개인 소비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된다.
◇국제규격과 호환 안되는 식별체계= 농림수산부가 소 이력추적을 위해 사용하는 코드체계는 동물개체 식별에 대한 국제표준규격(ISO 11784)과 일부 차이가 난다. 즉 우리나라 농가에서 쓰는 귀표는 호주 등지에서 들여온 수입소의 귀표와 관리체계상 호환이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농림수산부는 향후 외국에서 들여올 수입소 귀표에 기록된 식별코드는 그대로 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매단계에서 바꿔치기 막지 못해= 쇠고기 박스에는 1등급 한우라는 식별번호가 찍혀 있어도 일부 식육점에서 작은 크기로 재포장하면서 값싼 육우 또는 수입육과 섞어서 판매하면 일반 소비자는 알아내기 힘들다. 결국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은 한우와 수입쇠고기의 변별력을 높여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효과가 있지만 100% 장담할 수준은 못된다. 전문가들은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의 장점과 기술적 한계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식별체계부터 국제표준에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