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10) 스마트그리드, 신산업 탄생의 신호탄

[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10) 스마트그리드, 신산업 탄생의 신호탄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가 아니면 듣기 생소했던 스마트그리드가 이제는 ‘광풍’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정부의 강한 사업 추진 의지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스마트 그리드는 하고 안하고를 결정하는 단계를 이미 건너 뛰어서 어떻게 할 것 인가의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요즘 스마트 그리드를 우리말로 ‘지능형 전력망’이라 부르며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하여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주로 전력망을 기반으로 한 전력 인프라에 정보 통신 기술을 도입하여 전력 생산-운용-소비의 효율화에 관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단순한 전력 인프라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새로운 산업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의 전력 산업에 통신 산업과 금융산업이 융합하여 제3의 신 산업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인터넷 산업이 이미 보여주는 바 이기도 하다. 또 이 신 산업은 미시적으로는 정책적, 경제적, 기술적 기반 요소로 구성되고 이 것이 산업간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스마트 그리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은 신 산업 관점에서, 그리고 기반 요소의 관점에서 각각 다를 것이다.

먼저 스마트그리드를 기반 요소 구성의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만드는 지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데 여기서는 ‘실시간 전기가격’의 논지로 이야기 하겠다.

전기는 발전에서 송전되어 소비되기까지, 설비건설은 수십년이 걸리는 반면 주파수 제어 같은 경우는 수십분의 1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 영역에서 많은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여러 시간 범위가 다른 공정 때문에 전기는 한 단계씩 매매가 불가하고 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합성상품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묶어서 비용과 이득이 반영된 가치로 환산하는데 실시간 전기가격이란 이 환산된 가치를 6분, 15분 또는 1시간과 같이 임의로 정한 시간내에서 쓰고 난 후에 정해지는 가격을 말한다.

정책적 기반 요소는 사후 정산되는 실시간 전기가격을 누가, 언제, 어떠한 근거로 정해진 시간 단위 내에서 계속해서 계산해 내느냐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서의 중요한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가져야 하며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기반 요소는 전기의 전 공정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비용과 이득 때문에 변하는 실시간 전기가격에 대한 재정적 위험을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해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금융상품을 통해 적절한 보상과 손실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적 구성 요소는 가격 신호가 모아지고, 정보화 되어서 뿌려지고를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는 유기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이다. 여기서의 가장 중요한 점은 개방형 표준의 채택과 확장성이다.

스마트그리드를 신 산업 탄생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방향으로 유도 할지가 어떻게 만들지의 답이라 말할 수 있다. 산업간 화합 반응이라고 보면 촉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 촉매의 역할을 정부가 해야된다.

먼저, 정부는 스마트그리드산업은 전력 산업에 금융산업과 통신산업이 융합되는 신 산업이란 비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맞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민간 부문에는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들이 창출될 것이란 확신을 주어서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촉발 시켜야 한다.

이미 전력 산업 부문에 있어서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금융•통신•자동차을 비롯한 비 전력 산업 부문은 관심은 많으나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비전이 부족한 상태이다. 자칫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그들만의 친목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에 정부는 스마트그리드의 전 산업계로의 부흥에 힘써야 한다.

현재의 인터넷 관련 산업을 보면 네트워크 장비 산업보다 전자상거래나 전자 금융거래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신 산업 규모가 월등 큰 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에도 다름없을 것이다.

지금 전문가들 사이에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를 미국형•유럽형 또는 한국 독자형으로 하느냐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구현에 있어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므로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이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 되리라 믿는다. 반면에 법적 제도적 장벽과 정책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생각되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말한다.

지금까지 스마트그리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전력 경제학적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였는데 정리를 하자면 스마트그리드는 전력 산업에 금융산업•통신 산업이 융합된 신 산업이다.

이러한 금융•통신을 기반으로 신 산업 기반 요소를 만들고 운용해 전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통신 산업계를 끌어 들여야 하므로 법•제도•정책이 뒷 받침이 되야 하고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yty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