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1부-5) 무결점 생산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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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부동의 1위’ 업체다. 지난 2006년 소니를 제치고 3년 연속 TV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올해 4년째 세계 1위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에는 ‘트리플20’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트리플20’은 글로벌 시장에서 LCD TV 판매량 2000만대, LCD TV 수량 기준 점유율 20%, TV 전체 매출 200억달러 기록을 말한다. TV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 사장은 올해 4년 연속 1위는 물론이고 LCD TV 1위, PDP TV 1위, 평판TV 1위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은 PDP 부문에서만 유일하게 일본 파나소닉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신익 LG전자 HE본부 사장도 올 초 미국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09’에서 내년 소니를 제치고 글로벌 TV 시장에서 ‘톱2’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세계 시장 4위를 기록한 LG전자가 불과 2년 만에 2위를 넘볼 정도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우리나라가 ‘TV 제조 강국’으로 부상한 데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빼놓을 수 없다.

# TV 품질 경영, 생산 현장에서

품질 경영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역시 생산 현장이다. 글로벌화에 따라 대부분의 생산 거점이 해외로 옮겼지만 생산 노하우 만큼은 여전히 ‘메이드 인 코리아’를 따라올 수 없다.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장은 제조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구미 사업장은 TV사업을 전담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에서 ‘마더 팩터리(Mother Factory)’로 통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가장 앞선 제조 공법과 품질 경영 사례를 개발해 LG전자 전 세계 생산라인에 곧바로 이전해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에서 기술·품질에 이은 생산관리까지 전반적인 생산 경영 수준이 최고에 올랐음을 보여 준다. 구미 사업장은 이제 LG전자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 전자 업종에서 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생산성과 품질 혁신의 바로미터로 자리를 잡았다.

LG전자는 ‘흐름(flow)’ 생산으로 잘 알려진 도요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요타에서 LG 생산라인을 방문할 정도로 독자 생산 방식 구축에 성공했다. 도요타가 강조한 생산성에 품질이라는 부가가치를 올린 것이다. 이곳은 지난달에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30여명의 CEO와 임원이 직접 방문해서 혁신 성과를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 ‘LG식’ 도요타 흐름 생산 구축

“고치고 또 고치고, 라인을 뜯어고치는 게 바로 품질 경영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LG전자 구미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조 그룹을 책임지는 최운식 그룹장의 설명이다. LG전자 TV 라인의 핵심은 ‘흐름(flow)’ 생산 방식이다. 흐름은 ‘혼류’ 방식으로도 불리며 도요타가 제일 처음 창안한 모델로 캐논 ‘셀(cell) ’방식과 함께 지금도 제조업에서는 바이블처럼 내려오고 있다. 흐름 생산라인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모델 변경가 손쉽고 주문량에 따라 생산 수량을 미세 조절하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도요타 자동차 라인에서 시작한 혼류 생산을 TV에 접목해 새롭게 생산라인을 디자인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 구미 사업장에는 3개 흐름 생산 라인과 10개 셀 라인으로 구분돼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2일. 대량 생산에 적합한 흐름 라인에서는 숨 돌릴 사이 없을 정도로 TV를 토해내고 있었다. LG전자에 따르면 42인치 LCD TV 기준으로 6.4초, 32인치 기준으로 5.6초 만에 TV 한 대가 ‘뚝딱’ 만들어진다. 라인당 모델을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도 2007년 5분에서 2008년 8초에 이어 지금은 불과 ‘4초’면 가능하다. LG 구미 사업장은 생산성 면에서 따라 올 수 있는 기업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최고 수준에 올랐다. 물론 품질에서도 세계 ‘톱 클래스’를 달리고 있다. 각 부문 생산성 지표가 이를 그대로 보여 준다.

 # 짧아진 생산 라인, 높아진 품질 수준

LG전자가 자랑하는 흐름 생산 라인은 수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다. 먼저 생산라인이 지난 2년 동안 거의 절반 이하로 짧아졌다. 흐름 생산은 크게 조립, 조정·검사, 포장 3단계로 나뉜다. 라인 길이는 대당 생산성과 비용, 품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운식 그룹장은 “2007년부터 흐름 생산 개선에 착수해 생산성을 무려 세 배 이상 높여 놨다”고 말했다. 초기 흐름 생산을 도입할 당시 전체 라인 길이는 294m였다. 이를 지난 2007년 155m로 줄였으며 다시 지난해 137m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2년 만에 초기 라인의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이에 비례해 생산성은 세 배 이상 향상됐다.

2007년 시간당 생산량(UPPH)은 2.9대였다. 지금은 9대를 생산하고 있다. 셀 라인도 마찬가지다. 2008년 2.1대에서 지금은 9대까지 올라갔다. 셀 라인은 철저한 팀 중심 체제를 구축해 6명이 한 팀을 이룬다. 매년 ‘최고의 팀’과 ‘셀 명장’을 뽑아 셀 생산 체제를 독려하고 있다. 생산 노하우를 갖춘 숙련공이 늘어나면서 이에 비례해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품질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공정 품질 지표를 알 수 있는 PPM 지수가 크게 낮아졌다. 불량률이 2008년 한 해에만 1.6%(16.5K)에서 0.5%(5.0K)로 개선했다. 거의 불량률이 없는 ‘무결점(0)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비용 개선에도 성공했다. 생산 리드타임이 2007년 12월 8일에서 지난해 말 3일로 줄었다. 재고 등 불필요한 자원을 활용하는 기간이 줄면서 그만큼 현금 유동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대당 가공비도 역시 2007년 1월 1만9374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00원으로 세 배 이상 낮췄다.

# 구미 생산 노하우, ‘세계로 세계로’

LG전자 생산 혁신은 단지 구미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구미는 마더 팩터리로 시험 가동해 성공한 혁신 성과는 곧바로 전 세계 TV 생산 기지로 전파해 준다. 구미에서 생산한 TV와 모니터는 내수 시장과 호주와 아시아 일부 지역을 소화하는 물량이지만 생산 혁신 결과는 전 세계 생산 공장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세계 17개 곳에 TV 라인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까지 이룬 흐름 생산 기술을 올해 이집트 공장, 폴란드 믈라바 공장,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 등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구미와 세계 생산 라인을 접목하면서 LG전자는 지난해 TV 부문에서만 국내 470억원을 포함해 2640억원의 재고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벌어들인 부가가치도 277억원에 달했다. 최돈호 경영지원팀장 상무는 “생산 현장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고객”이라며 “부가가치를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생산 현장 곳곳을 모든 직원이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서 품질 경영에 성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