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의 개인용컴퓨터(PC)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비스타’와 이제는 잊혀진 위성전화서비스 ’이리듐’ 사이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MS나 모토로라 같은 유명 대기업이 개발을 시도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거나 심지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4일자 인터넷판에서 ’비스타’와 ’이리듐’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으나 실패 사례로 끝났거나, 끝날 것으로 여겨지는 10가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시했다.
출시 직전까지 ’비스타’는 이전 제품 ’윈도 XP’보다 향상된 보안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모았으나 막상 출시되자 ’XP’와 두드러진 보안 성능 향상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를 얻었고 오히려 상당수의 PC에서 동작을 느리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XP’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62%였고 애플사(社)의 ’OS X’도 9%를 차지했으나 ’비스타’는 24% 정도에 불과했고, MS는 차세대 소프트웨어 ’윈도 7’을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주도한 ’이리듐’은 지구 궤도에 66대의 위성을 배치해 위성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으나 위성 발사 같은 설비투자에만 50억달러라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했다.
게다가 이동 중 차량이나 건물 안에서 전화가 안되는데도 통화료는 분당 5달러에 달했고, 결정적으로 휴대전화가 일반화되면서 ’이리듐’은 1999년 파산하며 경영대학원의 연구 대상이 되고 말았다.
타임이 제시한 다른 실패사례는 ’HD DVD’와 위성 라디오 ’시리우스’,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팜’과 인터넷전화의 원조격인 ’보나지’, PC 제조업체 게이트웨이 등이다.
HD DVD는 초창기에 차세대 영상 저장매체로 자리잡는 듯 하다가 경쟁 기술인 ’블루레이’에 밀려났고, 시리우스와 보나지 및 게이트웨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거나 사용자군을 확보하면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결국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팜은 ’블랙베리’같은 다른 스마트폰 서비스에, 보나지는 ’스카이프’ 같은 경쟁사에 각각 시장을 내줬고 게이트웨이와 시리우스는 각각 잊혀진 회사, 또는 서비스가 됐다.
MS의 멀티미디어 재생기 ’준’도 애플의 ’아이팟’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0대 실패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와 1인용 소형 스쿠터 ’세그웨이’에도 실패의 낙인을 찍었다.
유튜브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지난해 추정 매출액 2억달러를 3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 세그웨이가 대당 3천∼7천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매기면서도 도로주행용 차량인지 아닌지조차도 불명확했다는 점이 이들을 실패로 지목한 대표적인 배경이라고 타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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