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설비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던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올해 들어 급격한 시황 악화로 유발된 투자 침체로 나락에 떨어졌다. 주요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 업체들도 물량 감소와 판가 하락으로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일부 핵심 부품·소재 업체들은 올해 들어 환율 효과와 점진적인 시황 회복 덕분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후방산업군내에서도 극히 대조적인 양상이 연출됐다.
◇장비, 다시 바닥으로= 주요 장비 업체들은 이익 여부는 차치하고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설비 투자를 견인해왔던 LCD 패널 업계의 신규 투자가 올해 들어 완전히 사라진 탓이다. 국내 최대 장비·설비 업체인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은 지난 1분기 470억원의 매출액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매분기 1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꾸준히 올리며 4300억원이 넘는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장비 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업이익도 지난 3년간 실적 가운데 가장 저조한 8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케이씨텍(대표 이순창)은 203억여원의 매출으로 전분기 대비 60%, 전년 동기 50% 이상 각각 빠졌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도 지난 1분기 201억여원의 매출액에 44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디엠에스(대표 박용석)는 303억여원의 매출액과 42억여원의 이익을 냈으나 전분기 대비 각각 62%, 81% 대폭 추락했다. 그러나 극심한 기근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주요 협력사인 아바코와 탑엔지니어링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비교적 선방했다. 아바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성장한 273억여원의 매출액을, 탑엔지니어링도 소폭 신장한 165억원을 각각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유지했다.
◇BLU, 생존 경쟁 봉착= 주요 부품인 BLU 업계도 다시 생존을 염려해야 할 형국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BLU 업체인 한솔LCD(대표 김치우)는 지난 1분기 2482억여원의 매출액을 유지하긴 했지만, 18억여원의 손실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태산LCD(대표 최태현)도 소폭 영업손실로 전환했고, 또 다른 주요 BLU 업체인 디에스LCD(대표 이승규·오인환)도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의 주요 BLU 업체들도 대부분 적자 구조로 돌아서며 어려움에 봉착하는 등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올해 들어 물량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판가 인하폭이 극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황속 진주도 등장= 전반적인 침체 상황에서도 최고 실적을 구가하는 곳들도 속속 등장했다. 냉음극형광램프(CCFL) 전문업체인 우리ETI(대표 윤철주)는 지난 1분기 637억여원의 매출액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0억원에 육박하면서 15% 가까운 이익률을 달성했다. 광학필름 전문업체인 미래나노텍(대표 김철영)은 파생상품 손실에도 불구하고 516억여원의 매출액에 10%에 육박하는 이익률을 냈고, 신화인터텍(대표최승규)도 817억여원의 매출액과 12%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LCD 재료 업체인 동진쎄미켐(대표 이부섭)도 783억여원의 매출액에 8%대의 이익율을 실현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올초부터 LCD 시황이 다소 호전되고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단가 인하 압력이 덜한 일부 부품·소재 업체들 가운데는 최고 호황을 누린 곳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2분기이후 시황과 환율에 따라 실적 또한 급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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