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악, 클론의 시대

디지털음악, 클론의 시대

 미국의 바이오아츠는 돈을 받고 애완견을 복제해주는 회사다. 지난 1월, 실제로 래브라도 한 마리를 복제해서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에게 자연음과 전자음을 들려주니 전자음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답한 놀라운 통계도 들은 바 있다. 아날로그인 실존이 디지털화되고, 디지털화된 실존은 복제가 가능해진다. 어느 덧 우리 의식조차도 디지털화돼 복제된 실존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클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음악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를 가장 혹독하게 겪은 콘텐츠산업이다. 한 세대 만에 음악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386세대의 기억 속에는 음악을 ‘감상’하는 음악다방이 있었으나 오늘날 청소년은 그야말로 음악을 지니고 다니면서 좋아하는 곡을 언제 어디서든 ‘소비’하고 있다. 값싸고 손쉽게 획득한 음악이 MP3P·하드디스크 등에 넘쳐나고 과소비돼 금방 잊혀진다. 전에는 장당 1만원짜리 CD 100만장을 팔면 매출이 100억원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로만 공급한다면 다운로드당 500원이므로 매출이 달랑 5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CD 한 장에는 보통 10곡이 수록돼 있으니 열배를 하면 50억원이 아니냐 하는 반박도 있을 수 있으나 낱개 판매하는 모든 곡이 100만곡이나 팔릴 리 없는 것이다.

 음악은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 일상 속에 상업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소녀시대의 ‘Gee Gee Gee’가 마음에 들면 일단 PC로 내려받은 후 MP3P로 옮겨담고 휴대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으로 지정하고 게임으로도 즐기며 친구 블로그에 가도 들을 수 있다. 적어도 음악산업에 관해서는 클론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IT가 강하다고 한다. IT란 디지털화에 의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디지털 뮤직이 맞이하고 있는 클론의 시대에 강자가 될 것인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클론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전략이 세워지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아래 음악산업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오늘날 디지털뮤직의 산업적인 과제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돈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온라인에서 불법 다운로드되는 음악이 합법 사이트 매출보다 세 배 이상 되리라 추측되고 있다. 독버섯처럼 기생한 불법사이트가 음악산업 자양분의 대부분을 빨아먹으니 전체가 지탱할 길이 없다. 이 과정에서 수익에 급급하다 보니 창조성·독창성·다양성과 같은 미덕은 무기력해지고 이러한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음악산업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불법 복제를 근절하고, 저작권을 보호해서 국내 음악시장이 선순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클론의 시대에서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미래는 더는 없다. 이를 위해 범부처 정책과 네티즌 계도가 지속돼야 한다.

 둘째, 단순한 음악서비스에 기초하는 아날로그적인 가치관으로는 디지털화에 의해 초래된 복제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시장 파이 축소가 분명해진다. 다양한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해서 음악시장의 볼륨을 키워야 하고 이에 대해 작곡자, 작사자, 인접권자 등 권리권자 측의 전향적인 시각이 절실하다. 클로닝이 가능한 디지털음악은 이러한 성장모델을 운명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며 나아가 클론의 시대에서 다른 콘텐츠산업도 살아남는 길이다.

끝으로 세계화다. 오늘날 모든 산업은 세계화라는 명제를 눈앞에 두고 있고 GDP가 올라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음악산업도 예외가 아니며 향후 생존을 위해서 세계화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한류 음악콘텐츠의 세계화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디지털음악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먼저 개발해서 전 세계 음악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클론의 시대를 맞아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음악산업이 취해야 할 세계화 전략이다.

박인수 KTF뮤직 대표 iloveyou@ktf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