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통합 기관을 유치해 와야겠는데….”
대전지역에서 경제를 지원하고 있는 한 책임자의 푸념이다. 그만큼 지자체의 기관 유치전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 없는’ 답답함이 배어 있다.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과 맞물려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는 수가 줄어든 통합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기관유치 여부에 따라 혁신도시의 향방이 좌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인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157개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 기관에 올랐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에 이전 계획을 승인받은 기관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8개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명박정부 들어 총 네 차례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공기관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또 한 차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이전 대상에 올랐던 기관들이 대거 통폐합되면서 실질적으로 이전 기관 수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10여개 기관의 이전 대상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IT 공공기관 통폐합이 연초부터 급물살을 타자 당초 이전 예정지로 결정됐던 해당 지자체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졌다. 자칫 이들 공공기관의 이전이 무산되면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졌다.
◇IT 통합기관 어디가 있나=혁신도시 이전 공공 기관 가운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통폐합이 결정된 IT 관련 기관은 총 7곳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전남), 한국인터넷진흥원(충북), 한국정보보호진흥원(전남),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충북), 한국전자거래진흥원(경남), 한국정보사회진흥원(대구), 한국정보문화진흥원(제주)이 대상이다.
이들 기관은 각기 다른 IT 기관과 합쳐져 실질적으로 4개 기관으로 새롭게 재편돼 출범을 앞뒀다. 문제는 이렇게 통폐합된 기관의 이전 대상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전 입지가 수도권이 될지 아니면 지방으로 될지도 불투명하다. 지방 이전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통합 기관 유치 움직임 본격화=지자체별 통합 기관 유치 활동도 본격화했다. 충북도는 지난달 IT 관련 학회 등과 공동으로 통폐합되는 정보통신 분야 공공기관 유치에 나섰다. 이는 충북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소프트웨어진흥원이 경남 이전 대상인 전자거래진흥원과 통폐합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 통합되고, 인터넷진흥원마저 전남 이전 대상인 정보보호진흥원·방송통신진흥원과 합쳐져 인터넷진흥원으로 통폐합이 결정된 데 따른 것이다.
충북도는 통폐합 대상 기관들이 경남이나 전남으로 이전하게 되면 충북 음성군 및 진천군 일대에 조성하는 혁신도시 건설이 자족 기능은 고사하고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문화콘텐츠진흥원과 정보보호진흥원이 각각 콘텐츠진흥원과 인터넷진흥원으로 각각 흡수 통합됨에 따라 해당 기관의 이전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과 관련, 이러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총괄할 수 있는 핵심기관의 이전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각종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도와 경남도는 비IT 기관 가운데 최근 통합이 확정된 주택공사·토개공사의 통합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들어갔다.
◇정부, 상반기도 입지 결정 불투명=이처럼 지자체들 간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정부는 상반기에도 통폐합 기관의 이전 입지 결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통폐합 기관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기능별 분리에 따른 부처가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 지자체들의 유치 활동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두고 일부 행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칫 입지 선정 과정이 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지 하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박대순 국토해양부 혁신도시3과장은 “상반기까지 통폐합 기관 등의 입지 선정을 결정하려 노력하지만, 입법과정에서 통합 기능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만큼 유동적”이라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관의 기능이 정리되고, 해당 부처별 방침도 정리돼야만 입지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