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중국의 3G 서비스 본격화가 맞물려 전세계 이동통신장비 시장의 가격 출혈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유럽 이동통신 장비 업체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에 시스템을 공급하는 중국 토종 업체들이 공세가 거세지면서 향후 3년 내 10여개의 주요 업체들이 4∼5개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19일 EE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인 델오로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세계 이동통신 장비 업계의 매출이 지난해 4분기 115억달러에서 올 1분기 94억달러로 가파르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그룹은 또 올해 관련 시장의 전체 매출이 11% 감소하고 2008∼2013년 사이의 시장 성장률은 평균 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과 관련해 델오로그룹 스콧 싱글러 모바일인프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3G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2G 시장의 급속한 위축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GSM과 CDMA 수요가 상당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인도 등 가격에 민감한 신흥 시장이 이통 장비의 최대 수요처로 부상하면서 화웨이테크놀로지스·ZTE 등이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3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향후 3년간 600억달러가 투입될 중국 3G 이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회사는 차이나유니콤 시스템 입찰에서 30%를 따냈다. ZTE와 에릭슨이 각각 20%와 26%를 가져갔다.
스콧 싱글러는 “이러한 추세라면 3년 안에 10대 통신 장비 제조업체들이 4∼5개로 통합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화웨이와 ZTE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이나텔레콤이 최근 완료한 통신장비 입찰에서도 화웨이와 ZTE는 각각 25%의 사업을 수주했다.
월 120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추가될 정도로 급성장하는 인도는 중국보다 한층 가격을 중요시한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의 가격 인하전도 치열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반면 차세대 통신 기술인 LTE나 와이맥스로의 전환은 수년에 걸쳐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버라이즌과 일본 NTT도코모·스웨덴 소네라 등은 내년에 LTE 장비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AT&T를 비롯한 대형 사업자들은 여전히 4G 대신 3G 업그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또 와이맥스는 불황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이 6%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