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경제팀을 이끄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장관은 외형적으로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등 급변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 지출과 외평채 발행 등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등 무리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 경제의 비전제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2기 경제팀은 윤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4인이 호흡을 맞췄다. 경제 지표는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광공업생산은 3월에 전월 대비 4.8% 증가해 3개월 연속 플러스 추세를 이어갔으며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 성장해 경기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3월 경상수지는 66억5000만달러의 사상최대 흑자를 냈으며 이로 인해 4월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61억4000만달러가 늘어 2124억8000만달러가 됐다.
하지만 현재의 회복조짐이 정부가 유동성을 과잉공급하면서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역시 경기급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금융시장도 안정을 회복하고 있지만 회복강도가 아직 약하고 세계경제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재정부는 현 실물경기에 대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비 0.1% 성장하는 등 작년 4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이며 소비·설비투자 등이 위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건설투자는 공공토목부문의 호조로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국제시장 불안완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등으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낮아지는 등 안정을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세계경제 침체 장기화 및 금융부실 확대 가능성 등 시장불안요인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불안 완화와 일부 실물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용 및 내수 위축,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회복 가시화를 위한 정책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제지표 급락세를 겨우 진정시켰을 뿐”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국민이 보기에 우리는 지표 급락을 겨우 진정시켰을 뿐 국민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셈”이라고 자평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