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재고 줄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두 회사는 연말까지 국내에 유통하는 LCD TV에 ‘무재고’를 선언했다. 생산 공장에서 유통점으로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실상 재고 비용을 ‘제로(0)’화하겠다는 의미다. 두 기업은 지난해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공급망관리(SCM)체계와 생산공정 혁신으로 재고 기간을 지난해 평균 15일에서 올해 1분기 들어 6∼7일까지 줄였다. 이를 연내에 0∼1일로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경기 불황으로 비용 절감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데다 그간 불필요한 재고에 따른 비용 부담이 수천억원에 이르자 공급망관리에서 물류 혁신, 생산방식 개선까지 전 사적인 차원에서 재고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TV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평균 7일 정도 걸리는 재고 기간을 연내에 0∼2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공급망 시스템과 생산공정도 혁신했다. 삼성전자 측은 “우선 교육·관공서와 같은 기업 유통 채널(B2B)이 목표”라며 “B2B에서 연내에 재고 제로를 달성하고 이를 직영점과 양판점 등 일반 소매점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하우를 쌓는 대로 물류와 운송 기간이 필요한 해외도 대대적으로 재고와 물류 시스템을 손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재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산 공장에서 곧바로 유통점으로 배송이 이뤄진다. 그만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LG전자도 구미 TV공장을 중심으로 재고를 줄이는 데 소매를 걷어붙였다. LG전자 측은 “국내 공장에서 출하해 소매 유통점까지 평균 6∼7일의 재고 기간이 발생했다”며 “이를 연내에 거의 제로 베이스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강한 1대 실현’이라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고객 주문 1대까지 대응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미 영업과 생산 동기화를 끝냈으며 고객과 생산 동기화를 추진 중이다. 영업과 생산 동기화로 영업에서 팔리는 실시간 데이터를 생산에서 바로 관리하는 수준에 올랐다. 이를 개별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바로 생산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물류와 재고 기간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구미 TV공장은 국내 내수 물량과 함께 아시아 일부, 호주와 러시아 지역 물량까지 생산한다. 국내에서 생산해서 이들 지역까지 걸리는 기간을 지난해 2개월에서 올해 초 1개월로 줄였다. 이를 연내에 다시 2주까지 단축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TV뿐 아니라 휴대폰 해외 물류 체계도 개선한다. 북미 지역은 LA·댈러스·시카고·애틀랜타·뉴욕 5개 허브를 시카고 하나로 단일화하는 식으로 물류 체계도 개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