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 돌입 이후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팬택계열(대표 박병엽). 이 회사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사업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휴대폰 명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원가 절감을 바탕으로 한 제조 경쟁력 향상 과제를 본사뿐만 아니라 협력사까지 효과적으로 펼치며, 턴어라운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팬택계열은 2007년 4분기부터 김포공장을 중심으로 성과위주의 혁신운동을 전개했다. ‘자주개선활동’으로 명명된 이 운동은 2008년 각 협력사로도 전달돼 제품 수급 체계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팬택계열 부활의 이면에는 상생의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알커뮤니케이션(대표 김진규)은 팬택계열의 휴대폰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제조 협력업체다.
지난 2004년 7월, 협력사로 합류한 후 현재 팬택계열이 생산하는 전체 휴대폰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팬택계열에서 추진 중인 자주개선 활동을 접목, 품질 제고 및 원가 절감으로 지속적인 제조 경쟁력 향상과 상생의 길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팬택계열에서 추진한 자주개선 활동을 대표이사부터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활동으로 확장했다. 제조현장에서 철저한 낭비제거 활동과 제조 품질 향상에 매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과 인재를 기반으로 해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을 이뤄냈다.
김진규 사장은 “모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변치 않는 믿음으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자주개선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며 “이를 통해 표준작업 시간을 10% 이상 단축하고 제품의 불량률도 0.1% 이하로 관리하면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은 어려움 속에서도 상생을 실천하기 위한 팬택계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택계열은 자사 직원 파견은 물론이고 외부 강사의 교육을 적극 지원했다. 또 교육 효과는 어떤지 꾸준히 체크하고,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협업에 나섰다. 품질 및 제조 경쟁력 우수 개선사례에는 포상도 이뤄졌다.
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08년 제1회 협력사 자주개선 활동 경진대회 본선에 두 팀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금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수상,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콜 테스트 공정에서 휴대폰의 부팅 시간 동안 고가의 검사장비가 대기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기술팀 및 생산팀의 협업으로 자주개선 활동에 나섰다. 약 1개월 동안 이 같은 협업을 바탕으로 종전 110초에 이르던 테스트 시간을 84초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 향상과 고가의 장비 가동률을 향상해 추가 장비 도입 없이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연간 2000만여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또 주요 부품의 표면실장(SMT) 공정에서 생산모델 변경 시 매번 40분가량 소요되던 시간을 부품 공급 장치 관리 및 보관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 시간을 20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공정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연간 6000만여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능하게 했다.
이 외에도 알커뮤니케이션은 2008년 한 해 동안 40건의 자주개선 과제를 수행, 연간 2억8000만여원의 재무성과를 보았다. 또 올해에도 5월 현재까지 이미 23건의 자주개선 과제가 진행, 2억6000만여원의 비용 절감을 이끌어냈다.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누적으로 5억4000만여원의 재무성과를 이뤄내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성과 외에도 제조 및 기술 노하우를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은 더 큰 수확이다.
한편 알커뮤니케이션은 올 7월부터 팬택계열의 혁신사관학교에 개선 리더를 입교시켜 높은 수준의 자주개선 활동 추진은 물론이고 팬택계열과의 진정한 상생협력 관계를 더욱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김진규 알커뮤니케이션 사장
“진정한 상생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자주개선 활동 성과와 실적이 매달 경영 실적으로 반영되니, 현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김진규 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지난 2년여 동안 팬택계열과 상생 협력하며 모회사의 턴어라운드 실현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영안모자의 자회사기도 한 알커뮤니케이션은 이제 단순한 IT 가공 협력업체에서 더 나아가 부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전문 EMS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도 갖게 됐다. 이 회사은 또 작년 매출 1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50억원 이상으로 50% 이상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김 사장은 “2008년부터 팬택계열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주개선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함께 나서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자체 경비 절감 운동이 더욱 체계화되면서 성과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2년여간 60여건의 자주개선 활동으로 이룬 비용 절감 효과는 이미 5억원을 뛰어넘었다. 또 이 같은 비용 절감 효과는 팬택계열 휴대폰의 가격 및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져 물량 회복으로 되돌아왔다.
김 사장은 “지난 2007년, 기업 개선 작업 돌입 당시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팬택부터 시작된 자주개선 활동이 협력사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면서 동반 회생으로 이어졌다”며 “이제 우리도 단순 제품 가공 업체에서 전문 EMS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상생 실천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는 한 식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협력업체들도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팬택계열의 상생 활동은
팬택계열은 지난 2007년 4분기부터 생산조달 부문의 당면 과제인 원가절감을 이용한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김포공장부터 성과위주의 혁신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4대 요소인 △사람 △설비 △재료 △방법 중 제품을 만드는 방법부터 경쟁력과 실행력을 높여 턴어라운드의 기틀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자주개선 활동의 시작은 리더 양성부터 시작됐다. 자체적으로 그동안 제조활동으로 축적해온 노하우와 지식들을 모으고 자체 리더양성 교육과정(8시간)을 개발했다. 또 사내강사를 통한 교육을 실시하고, 게임으로 업무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몸소 체험하게 해 교육 수료와 동시에 개선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팬택계열은 컨베이어 생산을 셀 방식으로 바꾸는 등 자체 개선 활동을 펼쳐 2008년 한 해 동안 3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또 자주개선 활동을 협력사에 전파하는 데도 적극 나섰다. 특히 분기마다 실시되는 자주개선 활동 경진대회에 내부직원뿐 아니라 협력회사 대표와 관계자들도 초청, 팬택계열 내부에서 개선된 좋은 성과를 공유했다. 또 협력회사 출장지도로 개선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단순하게 갑과 을의 사업관계 속에서 협력회사에 일방적으로 임가공비 절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개선활동을 함께 추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또 2008년 하반기부터는 성과를 협력회사에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넘어 협력회사 자체가 자주개선 활동을 직접 전개하도록 지원했다. 이미 8개 협력회사에서 18명이 리더양성 교육을 이수했고, 8월부터 11월까지 각 사에서 자주개선 활동을 전개한 후 지난해 11월, 협력회사 자주개선 활동 경진대회를 개최해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팬택계열은 올해에도 △자주개선 활동 지속적 추진 △개선제안 활동 활성화 △사내 혁신사관학교 개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내부 직원들의 역량 향상은 물론이고 보다 많은 협력회사 직원들에게도 자주개선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