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매출 증가율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법인기업 7097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2008년 기업경영분석’(잠정)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9.1% 늘어나 1995년 21.2%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은 20.8% 늘어나 1987년(22.6%) 이후 21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비제조업도 전년의 9.7%보다 크게 늘어난 17.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매출 물량이 늘어났다기보다 환율과 유가 상승으로 제품의 판매 가격이 오르고 수출도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2007년 5.3%에서 지난해 5.0%로 0.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이 실제 거둔 이익을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2007년 5.5%에서 지난해 2.9%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1000원어치를 판매해 고작 29원을 벌었다는 뜻으로 2001년 1.7% 이후 가장 낮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이 반 토막이 난 것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손실과 키코(KIKO) 등 파생상품 거래 및 평가손실과 같은 영업 외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지난해 외환차손은 5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14.3% 급증했다. 외환차익이 47조7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손실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업의 영업외 수지(영업외 수익에서 영업외 비용을 뺀 것)는 전년보다 2.1% 감소해 2003년 -1.19%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은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363.2%에서 322.9%로 40.3% 하락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의 비중은 지난해 39%로 전년의 37.9%보다 늘어났다. 다만 제조업은 2007년 41.2%에서 2008년 34.0%로 줄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