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갑성 텔리오솔라 사장(50)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요즘이 가장 바쁘다. 한 달 중 반은 경기도 성남 사무실에서 나머지 반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무실에서 보낸다. 현지 시차를 적응할 때 쯤이면 다시 미국과 한국을 번갈아 오간다. 한국에서는 양산라인 건설과 공정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미국에서는 기술자문단으로부터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원천기술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는다. 정신없이 바쁜 속에서도 최근 CIGS 공정기술에서 쌓은 성과 덕에 고단함을 잊고 산다.
텔리오솔라는 이달 초 300×300㎜ 크기의 중형 기판에서 10.09%의 광변환효율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시제품 수준이지만 국내 업체 중 두자릿수 광변환효율의 CIGS 태양전지를 시현한 것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노 사장은 “현재 상용중인 결정형 태양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양산시기는 앞당길 수 있었겠지만 기술적으로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벤처기업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CIGS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발주자로 선진 결정형 태양전지 업체를 따라잡기보다 아직 미개척 분야인 CIGS 기술을 개발하는 편이 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텔리오솔라는 CIGS 제조와 관련된 장비며 양산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중이다.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지방에 있는 국산 중소 장비 업체들까지 수소문하고 다닌다. 그만큼 수고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여타 태양전지 업체들이 독일·일본 등 외산 장비를 일괄수주계약(턴키) 방식으로 들여와 비교적 ‘손쉽게’ 제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태양전지 업계서 텔리오솔라가 두드러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 사장은 “어차피 CIGS가 이제 막 개화하는 기술인 탓에 안정화된 턴키 장비업체가 없다”며 “장비 조립하는 과정에서 우리회사는 물론 장비 협력사들도 배우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2012년까지 1기가와트(GW)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0년 30메가와트(㎿), 2011년 100㎿ 완공이라는 이정표도 마련했다. 노 사장은 “자체 개발한 기술인 만큼 향후 양산 안정화 작업에도 자신있다”며 “장비 협력사들과의 공동연구로 국내 후방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