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해서는 웃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TV는 배꼽 잡는 CF로 넘쳐나고, 젊은이들은 망설임 없이 유머감각을 배우자의 첫째 조건으로 꼽으며, 기업의 경영진은 유머 과외를 받는다.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쉽고 간단한 유머법이 있는데, 대화 중 특정 단어를 발음은 같지만 철자나 뜻이 다른 엉뚱한 단어로 바꿔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콘 좋아해?’란 물음에 ‘응, 지난주에 약혼했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유머는 생각의 반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창의성에 곧잘 비유되는데, 위에서 설명한 말장난식 유머법은 7가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법 ‘SCAMPER’ 중, 단어는 같지만 활용이 다른 ‘P(Put to other use)’에 대응된다.
모스크바의 아르테미 레베데프 스튜디오가 최근 출시한 ‘Deletus’라는 지우개를 보자. 컴퓨터 키보드의 ‘Delete’ 키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모니터상의 글자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의 연필을 지우는 것으로 활용처를 바꿨다. ‘글자를 지운다’는 뜻의 ‘Delete’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니, 그야말로 직관적인 지우개가 아닐 수 없다. 몸에 ‘문신’이라는 글자의 문신을 새기는 것도 비슷한 발상이다. 이 지우개의 가격은 15.38달러나 되는데, ‘Delete’라는 글자가 지워지기 시작하면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까.
특정 단어의 새로운 활용처를 찾는 것과 함께, 그 단어가 뜻하는 개념과 유사한 대상을 찾는 것도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아포스톨 트노코프스키는 ‘EyeLamp’라는 인테리어 전등 컨셉트를 디자인했는데, 전등이 발산하는 빛의 개념과 유사한 대상 중에서 빛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눈(eye)의 형상을 접목했다. 미래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이 전등은 꺼져 있을 때는 눈을 감은 모습이고, 켜졌을 때에는 눈을 뜬 모습이며, 눈을 뜬 정도에 따라 조도가 조절된다. 첨단 느낌의 멋진 램프임은 분명하지만,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겠다.
오늘 하루, 찰나의 재치로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유머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에서 ‘춥다’ ‘썰렁하다’며 무안을 주더라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도들은 우리를 뛰어난 상상가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