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옷차림은 단순해지지만 IT기기는 오히려 화려해집니다. 알록달록한 색상이나 고광택 소재 등이 많이 쓰이지요. TV도 과거에는 화면 주변을 무광처리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유광으로 돌아서는 추세입니다.”
정우형 다담디자인어소시에이트 대표(50)는 불황에는 “같은 가격 대비 고급스러워 보이는 제품을 찾는 경향 때문에 화려한 디자인이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정우형 사장이 창업한 다담디자인은 IT기기 디자인 전문회사다. 올해로 창업 18년째를 맞는 이 회사의 디자인 중 60·70%는 IT 제품이다.
정 사장은 IT기기 디자인에 발을 들인 계기를 “금성사 재직 시절 무선호출기 디자인을 담당하면서부터”라고 대답했다.
“당시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무선호출기가 유행이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무선호출기 다음이 궁금해져서 리서치도 하고 분석도 했습니다. 단순히 삐삐가 아니라 차세대 개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디자인했고 스마트폰, 넷북 같은 아이디어도 그때 나왔습니다.”
그는 소비자가 흔히 디자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일부”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컨셉트를 잡은 후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 모두를 고려해 제품의 서로 다른 요소 간의 균형을 맞춰가는 전체 과정이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정 사장은 좋은 디자인은 ‘쉬운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보기에도 쉬울 뿐 아니라 이용에도 쉬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휴대형 멀티미디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아이팟을 두고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파급되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시장을 디자인했다”고 답했다. 정우형 사장은 최근 다담디자인이 KB와 공동으로 디자인한 멀티미디어 카드인 ‘&D 카드’가 시장을 디자인한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는 정우형 사장. 그는 “50줄에 들어선 지금에야 디자인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겸손해했다.
정 사장은 자신의 디자인관에 관해 “옷이든 IT기기든 사람이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어느새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에 지배받는다”며 “이를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우형 사장은 디자이너로서 “전투기나 우주선 디자인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인터넷, 전자레인지와 같이 최첨단 기술은 군에서 먼저 시작돼 일반 사람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거기에 모든 것이 목숨과 직결됐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되고, 군수용품에는 군 심리학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투입되는데 유독 디자인 분야만 빠져 있어서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두 아들을 입대시킨 후에 국방 관련 디자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이미 일부 군수 용품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정우형 사장은 한 기업의 CEO로서 남다른 철학도 드러냈다. 그는 “노사관계가 아니라 생각의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시너지를 내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영리는 자연스럽게 뒤쫓아오고, 글로벌한 회사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