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주사를 출범시킨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01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설립, 지주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IT자회사인 하나INS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IT셰어드서비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도 비슷한 고민으로 하고 있는 등 금융지주사들은 예외없이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대표 사례로 참고할 만한 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앞서 IT셰어드서비스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도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지주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고유의 금융 문화나 자사의 현실을 고려한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그룹 IT전략의 효율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한다는 ‘원론’만 믿고 일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CIO BIZ+는 현재 금융지주들이 고려 중인 IT셰어드서비스센터 운영방안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고, 전문가들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 봤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의 그룹 IT전략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금융지주의 IT자회사를 활용해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설립함으로써 각 금융 계열사의 IT전략을 통합 관리하는 ‘통합형’이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신한금융지주가 적용하고 있는 모델로, 각 금융계열사별로 자체 IT전략을 추진하는 ‘분산형’이 있다. 셋째는 금융지주 내 대표적 금융계열사의 IT조직이 전체를 총괄하지만, 각 금융계열사별로 소규모 IT조직을 통해 IT전략을 운용하는 형태다. 아직 완전한 지주 체계를 갖추지 못한 KB금융지주와 농협, 기업은행 등을 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는 명실상부한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설립해 그룹 전반에 걸쳐 통합 IT전략을 마련하는 형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이를 시도한 데 이어 신한금융지주도 이를 검토 중이다. KB금융지주도 이 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총론에 관할 것일 뿐, 각론으로 들어가면 명확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이 각론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IT셰어드서비스센터의 조직 구성 △금융계열사간 IT시너지 확대 방안 △IT인력 육성 방안 △IT셰어드서비스센터의 비즈니스 모델 등이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각론별로 자사 환경에 걸맞은 최적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인력을 통합해야 하나=금융지주사들이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설립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IT조직 통합 여부다. 이는 향후 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핵심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설립한 우리금융지주는 당시 우리은행의 IT기획인력 일부를 제외하고는 IT인력 전원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이동시켰다. 금융계열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의 IT인력도 함께 이동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IT셰어드서비스센터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는 은행의 시스템 운영인력은 물론, IT개발인력도 모두 포함돼 있다. 비슷한 유형의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도 시스템운영 인력은 물론, 개발인력까지 모두 이동시킬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있다. 개발인력이 금융 계열사에서 분리돼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따라 IT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인력이 반드시 금융계열사 내에 있을 필요는 없다”면서 “회사 대 회사로 일이 추진되는 만큼 오히려 엄격하게 SLA를 맺을 수 있어 비용도 낮추고 요구사항도 명쾌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은행의 IT기획부장은 “IT개발인력은 현업과 함께 있어야 한다”며 “현업과 다른 법인으로 분리돼 있을 경우, 즉각적인 비즈니스 변화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IT개발인력까지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집중시킨 우리은행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인식, 지난 2007년 IT개발인력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서 우리은행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금융지주사의 반대로 이 계획은 무산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IT개발인력과 현업을 분리시키는 것이 여러 모로 이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IT개발인력이 같은 회사 내에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는 생각은 ‘내 수하에 두고 편하게 일을 해보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철저한 효과분석을 기반으로 할 경우 IT개발인력이 현업과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계열사간 IT시너지 방안 마련=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통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문제다. 일각에서는 시스템관리(SM) 부문의 경우 통합 운영할 경우 중복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관리 등의 비용이 절감될 수 있지만, IT개발 부문은 통합에 따른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한 은행의 IT개발부장은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의 비즈니스 속성이 다른 만큼 IT개발도 상이하다”면서 “따라서 IT개발인력을 통합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IT개발인력을 통합해야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융복합상품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금융계열사별로 별도의 IT개발인력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 상품개발부서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이 융복합 상품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IT개발인력이 각 금융계열사별로 존재하다 보니 즉각적인 IT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즉, 융복합 상품을 적기에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통합 IT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계열사들의 IT개발인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을 추진할 경우, 단순히 인력 통합만이 아닌, 시너지 효과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너지 방안이 마련돼야 IT개발인력에 대한 인력 효율화도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 IT인력 육성계획 필요=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제 몫을 해내려면 IT인력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 육성 계획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특히 IT개발인력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IT개발인력을 개발 전문가로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력 경로를 보장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금융회사 IT인력은 대부분 IT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업의 비즈니스 로직을 잘 아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주사 IT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조봉한 부사장은 “금융사의 IT인력은 IT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IT자회사를 통해 가능한 외부 IT업체의 도움 없이도 웬만한 프로젝트는 모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일영 기업은행 부행장과 장찬웅 외환은행 부행장은 “IT인력은 현업과 연결고리를 잘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IT개발인력들은 현업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별도 법인인 IT셰어드서비스센터의 인력으로는 현업의 비즈니스를 잘 아는 IT인력을 양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T셰어드서비스센터가 설립될 경우 금융사에 남게 되는 소규모 IT기획인력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IT인력을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옮긴 경우,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에는 많게는 30여명에서 적게는 10여명의 기획 전담 인력들만 남게 된다. 이처럼 조직 규모가 작다보니, 조직을 이끄는 총괄 책임자가 임원이 아닌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 내에서 IT부서의 입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IT인력의 수가 적기 때문에, 조직 내 인사적체 현상도 발생한다.
◇비즈니스모델도 고민=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한 금융지주사의 CIO는 최근 셰어드서비스센터의 비즈니스모델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는 기존 IT자회사를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확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IT자회사에 금융계열사의 IT인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만들 경우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융권의 노동유연성이 낮다는 점도 이런 고민을 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금융지주의 IT자회사가 외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대외 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B데이타시스템, 신한데이타시스템 등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하나INS, IBK시스템 정도가 대외 사업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금융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주요 IT서비스업체들과 경쟁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IT셰어드서비스센터에 많은 인력이 있다고 해도,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IT셰어드서비스센터의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금융지주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 IT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SDS, LG CNS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그룹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금융 IT자회사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IT자회사는 매출의 70% 이상을 금융권에서 올려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조항도 개정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해외서는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 금융지주의 IT체계는 일본 금융그룹의 IT체계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금융그룹들도 대부분 IT계열사를 보유, 이를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 대표적인 금융그룹으로는 미쯔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 등이 있다.
세계 5위권 금융그룹이자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쯔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미쯔비시리서치인스티튜트DCS △도쿄미쯔비시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UFJ&히타치시스템 △UF JIS △MU비즈니스엔지니어링 등의 IT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쯔비시리서치인스티튜트DCS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컨설팅, 정보처리서비스, 컴퓨터시스템 판매, 전산요원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토쿄미쯔비시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는 미쯔비시도쿄UFJ은행과 미쯔비시UHJ증권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시스템 설계, 개발, 운용 등을 담당하고 있다.
UFJ&히타치시스템은 미쯔비시도쿄UFJ은행의 시스템 기획 및 설계, 개발,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UF JIS는 금융그룹 계열사의 IT시스템 유지보수 등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다. MU비즈니스엔지니어링은 은행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지방은행 전용으로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IT자회사인 미즈호인포메이션&리서치인스티튜트를 그룹의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활용해 시스템통합(SI), 아웃소싱, 컨설팅 등 토털IT아웃소싱을 제공받고 있다.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은 IT자회사로 재팬리서치인스티튜트를 보유하고 있다. 재팬리서치인스티튜트는 금융그룹 산하 기업의 시스템통합(SI)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