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은 매력 꽝"

 미국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 암호화 장비 업체 어레이네트웍스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자오는 상장을 위한 조사작업을 진행한 뒤 나스닥과 중국, 대만을 최종 후보지로 놓고 고심했다. 그리고 나스닥이 아닌 대만증시 상장을 결정했다. 어레이네트웍스는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번째 미국 기업이 됐다.

 19일 경제 전문 포브스는 미국 IT업체들이 뉴욕증시보다는 투자유치와 영업, 그리고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해외 상장을 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나스닥 멀리하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데다 규제나 비용 측면에서 뉴욕증시가 기업공개(IPO)를 원하는 IT업체들을 오랜동안 붙들고 있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 암호화 장비 업체 어레이네트웍스는 뉴욕보다 대만 상장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데다 비용도 싸기 때문이다. 7900만 달러 상당의 5400만 주를 발행한 이 회사의 첫 거래일 주가는 약 46센트로 시작해 1달러22센트로 마감됐다.

 자오 CEO는 당초 중국 본토에 상장을 원했지만, 중국이 더이상 외국기업의 상장을 원하지 않아 대만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업체가 나스닥 대신 중국과 대만 거래소를 향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지역적인 요인이다. 아시아는 이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할만큼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에 200명의 종업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들도 그곳에 있다. 대주주들인 벤처캐피털 H&Q아시아퍼시픽과 인터스트리얼테크놀로지리서치의 벤처투자조직은 모두 대만 정부 및 기업들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비용문제도 대만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다. 자오 CEO는 정확한 상장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나스닥 비용의 ‘3분의 1에서 2분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해 대만증시가 글로벌화를 위해 중국 투자자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을 금지했던 요건을 완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존 피지본 IPO스쿠프닷컴 창업자는 “많은 규제와 비용이 뉴욕증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어레이네트웍스처럼 해외상장을 결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시아에 높은 관심을 가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미국 IPO를 포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