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2000여 년 전 마한시대 토기가 손바닥 위에 펼쳐진다. 토기가 반으로 잘리면서 드러나는 얇은 단면은 마한시대 도공들의 솜씨를 한 눈에 느끼게 해준다. 손 위에서 잘라지는 토기는 실제가 아니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해 구현된 가상의 영상이다.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백제역사문화관은 이달 말까지 열리는 특별전시회 ‘백제, 마한을 담다’에서 최첨단 문화기술(CT)인 AR를 이용한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AR는 가상현실(VR)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실제 공간에 가상현실을 실시간으로 결합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AR솔루션 전문업체인 성삼메타이오아시아(대표 남용일)는 작년말부터 문화콘텐츠전문업체 이산(대표 이현덕)과 협력해 토기 체험 AR 콘텐츠를 완성, 지난 2월부터 백제역사문화관에서 전시 중이다. 박물관 전시에 AR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일이다.

이산은 그 동안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한 경험을 살려 3D스캐너를 이용, 토기의 내외부를 정밀하게 촬영한 다음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토기를 모사한 3D 토기를 제작했다. 이후 성삼메타이오아시아의 AR 솔루션인 ‘리얼비전’을 이용해 콘텐츠의 크기와 각도 조정 및 위치이동, 관람객과 상호작용 등을 가능하게 했다.

박물관 관람객은 앞에 있는 화면을 보며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판(마커)을 움직여 토기의 내외부를 마치 자신의 손 위에서 보는 것처럼 감상할 수 있다.

백제역사문화관에 따르면 AR를 활용한 토기 영상은 마커에 연결된 와이어가 수차례 끊어질 정도로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용자들이 가상이지만 토기를 체험하면서 마한의 유물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AR을 활용하면 비교적 저가의 장비로도 체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해문 백제역사문화관 학예팀장은 “산재한 백제 유물을 한 곳에 모아 체험하는 공간을 꾸밀 때 AR가 효과적으로 이용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쯤 무령왕릉 유물을 AR로 보여주는 것을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