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청와대 "LED가 발목 잡네"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제품의 열악한 품질 수준이 녹색성장을 지휘하는 ‘그린 청와대’의 발목을 잡았다.

 올 초 청와대는 오는 2012년까지 청와대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절감하겠다고 선언한 뒤 LED 조명 교체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지금까지 품질 심사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 없어 설치가 지연됐다. LED 조명을 앞서 도입한 일부 민간 대형 건물에도 품질 불량 사례가 빈번하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LED 조명 보급을 서두르는 가운데 자칫하면 시장 초기부터 소비자에게 LED 조명의 불신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올 초 실내 조명을 LED 제품으로 단계적인 교체에 들어가기로 했다. 영빈관 등의 일부 공간에는 지금까지도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제품이 없어 도입이 늦어졌다. 청와대는 당초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 LED 조명 전문업체 제품을 시험했으나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LED 조명 제품이 기존 조명에 비해 자연 빛과 유사한 정도를 나타내는 연색성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청와대 측은 올 초부터 한국LED보급협회(회장 김기호)에 업체를 추천하도록 했으나 여전히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청와대 영빈관은 많은 해외 인사가 드나들고 사진 촬영이 많아 조건이 특별히 까다롭다”면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회원사 가운데 통과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품질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국내 LED 조명 전문업체는 청와대라는 상징성을 고려, LED보급협회를 거쳐 수주전에 한창이다.

 LED 조명을 도입한 일부 민간 대형 건물도 최근 잦은 품질 불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동대문 밀리오레는 올 초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에 이르는 매장에 메탈할라이드 조명을 LED 제품으로 교체했지만 설치 후 지금까지도 하루 평균 대여섯 건의 점등 불량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밀리오레 빌딩관리단 관계자는 “직원이 상주해 교체해야 할 정도로 고장이 많이 난다”면서 “지상 4층 이상의 매장에도 LED 조명을 추가 교체하려 했지만 초기에 너무 서둘렀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그 시기를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대문 밀리오레 LED 조명 교체 프로젝트는 내로라하는 LED 조명 업체가 대거 수주전에 가세했다. 이 사업에 서울시는 총공사비 가운데 최고 5억원을 장기 저리로 지원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비롯, 선도적으로 LED 조명 도입에 나섰던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품질 문제로 발목이 잡히자 정부 차원에서 너무 성급하게 LED 조명 보급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발 LED 조명 업체 가운데 하나인 A사 대표는 “너도나도 LED 조명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제대로 품질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LED 조명 전반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는 물론이고 LED 조명 업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