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Tech & Trend-프랭크 젠 IDC 수석부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905/090524083937_923545619_b.jpg)
“앞으로 5년 후에는 대형 은행도 자체개발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19일 ‘디렉션 2009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프랭크 젠 IDC 수석부사장은 CIO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내 IBM, HP,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업체들이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의 한계들이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젠 수석부사장은 또 “이렇게 될 경우 자체 시스템 보유 욕구가 강한 금융권들도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 수석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련된 용어들이 IT업체의 마케팅에 의해 다소 부풀려진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프라이빗(private) 클라우드’를 제시했다. 젠 수석부사장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업들이 해왔던 것”이라며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두되면서 등장한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 수석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앞서 충분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단계적으로 파일럿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젠 수석부사장은 IDC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 책임자이며 IT리서치 및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갖고 있다.
다음은 젠 수석부사장과 일문 일답.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이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SaaS나 유틸리티, 온디맨드 등과 구분해 어떻게 다른 것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SaaS, 유틸리티, 온디맨드 등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단지 클라우드 컴퓨팅은 공급자는 하나인데, 수요자는 다수라는 것이다. 즉, 공유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것이 기존 아웃소싱 서비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또 작은 용량이든, 큰 용량이든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들이 여러 형태의 서비스에 대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혼란이 커졌다.
-IDC 조사 결과, CIO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대 이점으로 프로젝트 기간 단축 등 현업 요구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기존의 모든 것이 패키지화 돼 있기 때문에 별도로 솔루션 및 하드웨어 구매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구축하는 시간도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현업의 요구가 발생되면 IT부서가 프로젝트를 발주, 솔루션이나 하드웨어를 구매하는데 상당 시일을 소비했다. 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공급업체가 이러한 부분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기업들은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서 보다 차별화된 IT시스템을 원하는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 이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꺼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공급업체의 도전이기도 하다. 향후 5년 내 대형 IT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지금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G메일 사용자에게 화면을 개인화된 형태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클라우드 컴퓨팅의 초기 맞춤형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지금처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CRM을 구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나치게 차별화된 시스템을 찾는 것도 문제가 있다. 맞춤형이 필요 없는 기업들도 지나치게 커스트마이징을 하려 한다. 이러다 보니 시스템 자체의 특성도 발휘하지 못하고, 차별성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사(HR), CRM 등의 시스템은 어느 기업이나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미국의 소규모 은행의 경우, 코어뱅킹시스템을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운용 중인 곳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해 아직은 보안, 성능,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등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보안, 성능, 기존 시스템과 통합의 문제는 비단 클라우드 컴퓨팅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IT분야의 문제다. 그러나 아웃소싱 서비스를 많이 제공했던 대형 IT업체들이 대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철저한 서비스수준협약(SLA) 을 체결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구글이나 아마존은 이런 부분에 주력하지 못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공급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지?
▲이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표준과 관련된 문제다. 현재로서는 표준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업체 종속에 대한 우려는 IT분야에서 흔히 얘기하는 원론적인 문제다. 특별히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공급업체에 더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상호운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는 사용자들이 보다 현명해져야 한다. 그리고 공급업체를 압박해야 한다.
-최근 프라이빗 클라우드(기업 내부에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현재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어느 정도까지 진화됐다고 보는가?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업체의 마케팅에 의해 탄생된 용어라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내부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가상화 등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두되면서 기존의 행위들이 프라이빗 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본 취지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진정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올해나 또는 내년에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목할 만한 이슈는 무엇보다 대형 IT업체들의 시장 진출과, 그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출시 발표다. ‘어떤 기술’이 이슈가 되기 보다는 ‘누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위 50대 IT업체들이 내 놓게 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로 인해 CIO들의 선택이 보다 더 넓어지게 될 것이다.
-CIO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CIO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서치가 필요하다. 또 IT조직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파일럿을 통해 실험을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CRM, HR 등의 시스템에 적용해 봐야 한다. 보다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