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 Study-제일모직 RFID 구축

제일모직이 ‘10꼬르소꼬모’ 서울 청담동 매장에 공급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RFID를 적용했다. 이번 RFID 적용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원과 삼성SDS 컨설턴트.
제일모직이 ‘10꼬르소꼬모’ 서울 청담동 매장에 공급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RFID를 적용했다. 이번 RFID 적용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원과 삼성SDS 컨설턴트.

 22년 전 국내 의류업계 최초로 바코드를 도입해 유통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최근 들어 제일모직이 물류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조용하게 추진해온 전자태그(RFID) 프로젝트가 업계의 베스트 프랙티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국내 의류업계 최초로 RFID를 도입, 제품이 물류 센터에서 이동해 판매되는 순간까지 실시간으로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RFID ‘가능성’을 현실로=2005년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은 문정동 빈폴 상설 매장에 RFID를 처음 도입했다.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FID가 가진 가능성을 제대로 시험해보자는 의도였다. 이 매장에는 빈폴 매장의 모든 이월 재고가 모인다. 12톤 트럭 2대가 한 번에 들여오는 방대한 재고량에, 제품 가짓수는 무려 340여 종류에 달해 종업원들이 혀를 내두르는 곳이다. 그러나 삼성SDS와 함께 7개월간 애써 구축한 RFID 시스템의 인식률은 고작 70% 수준에 그쳤다. 손으로 얼기설기 해도 이보다 낫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매장의 모든 철재 구조물을 걷어냈다. 금속 성분이 태그 인식률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였다. 선반은 플라스틱으로, 카운터는 목재로 바꿨다. 효과가 있었다. 인식률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김강연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장은 “헹거에도 리더기를 달아 제품이 빠져나가면 자동으로 시스템에 정보가 전달되도록 했다”며 “키오스크도 마련해 상품을 들고 옆에 서기만 해도 상세 스펙, 세탁법, 색상에 재고 위치까지 보이도록 하는 등 서비스 개념도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별도 검수대도 설치해 직원이 손수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열정과 확신으로 하나하나 돌파구를 마련해 나갔다. 차차 재고관리가 용이해지고 자연히 서비스 수준도 높아져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이 매장은, 결국 데이터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져 2년 뒤 RFID의 ‘성지’가 됐다.

 ◇확산 시도, ‘인식률을 높여라’=문정동 매장의 성공적 정착으로, 제일모직은 RFID의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류센터에서 태그를 일률적으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매장 단위가 아닌 브랜드 단위로 태그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매장이 즐비한 기존 브랜드에 적용할 경우 수 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비를 감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새로 시작하는 브랜드에 RFID를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 수립됐다. 이런 사연으로 2007년부터 모든 ‘10꼬르소꼬모’ 매장에 정식으로 RFID가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개점한 2개 매장이 RFID로 무장했다. 의류 매장에 RFID가 적용된 사례로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새로운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10꼬르소꼬모에는 옷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구두, 화장품, 향수, 책, CD 등 다양한 품목들이 존재했던 것. 김 팀장은 “기존처럼 의류에 적용했던 태그를 부착했더니 애써 높인 인식률도 무용지물이었다”면서 “원인을 분석해 RFID 태그를 세 종류로 나눠 새롭게 개조해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의류용 일반 태그와 더불어 책과 CD용 ‘스틱형’ 태그, 화장품과 향수용 ‘플래그형’ 등 3종의 태그가 탄생했다. 또 리더기를 일체화해 태그 발행과 동시에 태그를 인식해 내용을 정보화하는 태그 발행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인식이 가장 잘 되는 태그 위치를 검증해 태그 부착 위치를 표준화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제일모직은 이런 노력으로 현재 RFID 기술상 한계로 얘기되는 95%를 뛰어넘는 인식률을 달성했다. 인건비가 절감되고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김강연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장

제일모직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대대적으로 재구축하면서 이를 RFID 시스템과 연계시켰다. 간단한 추가 하드웨어 도입 및 구축으로 RFID 매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강연 제일모직 정보전략팀장은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관점에서 사내 전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업체간 협업 체계를 구축 중”이라며 “앞으로 업체간 시스템 동기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생산 공장의 주문업체별 코드 체계가 달라 이를 IT화 하기 어려운 생산공장 환경의 한계가 있다”며 “생산 공장의 시스템화 및 유통 업체와의 거래정보 호환을 위한 패션 및 유통 산업의 코드 표준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ERP 시스템에 자체 기준코드와 EPC 글로벌 표준코드를 1:1로 매칭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업체 혹은 백화점에서 시스템 자동화를 위한 데이터 요청시에도 EPC 글로벌 코드로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RFID 확산의 한계로 지적되는 인식률과 관련해 김 팀장은 “검수대를 통해 수작업으로 메워야 하는 5%의 오인율과 아직 높은 태그 가격을 해결한다면 상용화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현재 기술 발전속도를 봤을 때 인식률은 향후 1∼2년 내 상용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RFID 적용이 확산되면 가격도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일모직의 다음 목표는 옷의 라벨에 RFID 태그를 인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 진척 현황은 물론 입고처리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생산, 물류, 유통 전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