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투자된 대형 유통점 제한해야”

최근 대형마트와 대기업의 슈퍼슈퍼마켓(SSM)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의 제한이 필요하다며 정부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대형마트 허가제와 영업시간 및 품목 제한 등 규제 도입이 WTO 양허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1일 오후 2시 중기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대규모 점포 확산에 따른 중소유통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소상공인들은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규모 점포 및 SSM 제한 입법 논의와 관련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WTO 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과 대·중소 유통산업 균형발전 방안 모색을 위해 ‘긴급진단, 대형 유통점 제한 WTO 규범 위반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마트 및 SSM 규제 도입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공평하게 이뤄지고 국내외 업체에 대해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WTO 양허 위반이 아니며 헌법재판소의 법리에 의해서도 최소한의 규제로 받아들여져 위배되지 않는다”며 “GATS와 헌법에 부합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등”을 제언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자인 원종문 남서울대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의 독과점 및 급속한 성장은 지역경제 위축, 지역 평균물가 상승 등의 결과를 초래해 결국 사회적 비용이 유발된다”고 지적하고 “특히, 대기업의 SSM은 근린상권에 입지함으로 중소유통의 상권을 더욱 잠식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또, “대형마트가 현재 포화상태로 유통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대표로 나선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김경배 회장은 “기업형 SSM 진출시 주변업체들은 대략 30~50% 가량 매출이 급감한다”며 “대기업들이 껌 한통, 두부 한모까지 영세상인들에서 빼앗아 가고 동네상권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 정작 정부가 주장하는 시장경제냐”며 대형유통과 중소 유통이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김종호 유통물류과장은 “대형마트 규제는 유통비용을 높이게 되므로 소비자 편익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보다는 중소상인과 유통업의 발전을 위한 대안 강구가 더 실효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대규모 점포 제한 관련 법안들이 WTO 규범 위반 논란만 거듭하다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며 “재래시장 및 영세상인들이 몰락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 현행 WTO 규범하에서도 제한이 가능하다는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대형 유통점과 중소 유통업 간 기능적 역할 분담 및 공간적 배분을 통한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국회계류중인 관련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