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방글라데시, 태양광에서 희망을 찾다

[글로벌 리포트] 방글라데시, 태양광에서 희망을 찾다

 방글라데시에서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기다. 매일 40도를 넘는 기온에 30분 혹은 1시간씩 하루에도 수차례 정전이 되니 업무뿐 아니라 생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전력수급은 턱없이 모자란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전기는 4600㎿이나 공급은 그나마 발전소가 잘 돌아갈 때가 3500㎿ 수준이다. 그러니 하루에 5∼6차례의 정전은 그냥 일상생활 중 하나다.

 생산현장에서는 하루 중 반나절이 정전이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치타공 항구지역에는 공장 준공을 하고서도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200여개사가 개점휴업상태다. 더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나 너무 잦은 정전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인근 전력보급소의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는 언론기사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가스에 의존하는 기형적 에너지 구조

 이처럼 전력사정이 어려운 이유는 가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방글라데시는 한때 가스 부국이었다. 1960년대가 가스 발굴의 황금기로 현재 생산량의 80%가 그 당시 발굴된 가스전에서 생산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대의 가스전인 비비야나가 개발된 1998년에도 여전히 가스 공급은 넘쳐났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발전소의 90%가 가스인 것만 보아도 가스가 얼마나 넘쳤는지 알 수 있다. 비료공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발전기도 대부분 가스를 사용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자동차도 CNG를 사용하고 있다. 생산 과잉과 공급 초과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가스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화시킨 것이다.

 방글라데시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방글라는 2011년 가스가 고갈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매장량이 확인된 가스양 7.7평방피트(TCF)로는 2011년까지 겨우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스가 부족한 상황이 도래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과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방글라데시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추가 가스전 개발을 시도하지 않았다. 2008년 5월에 부랴부랴 28개의 벵골만 가스전 개발을 국제입찰에 부쳤지만 아직도 업체가 선정되지 않고 있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도 가스 채굴에는 최소 7∼8년이 소요돼 현재의 가스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때가 늦었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없는가. 방글라데시에는 가스뿐 아니라 석탄 매장량도 엄청나다. 현재 5개의 석탄광에는 약 27억톤의 매장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37TCF의 가스양과 같은 에너지양으로 대안적 에너지원이 분명하다. 다만 석탄 채굴방식(open fit) 및 주민동의, 그리고 채굴기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단기간에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러시아·중국 등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와 협상 중이지만 투자비용 및 소요되는 건설 기간이 8년 정도로 길어 현재의 시급한 전력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일각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다시 가스화하는 방안, 향후 발전소 건설 때는 가스와 오일을 같이 쓸 수 있는 이중연료(dual-fuel) 방식 설치, 그리고 인근국가로부터의 전력 수입 등 정부 및 민간차원에서 에너지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2011년에 다가올 전력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태양광 발전기 확산 일로

 정전 문제는 그나마 전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배부른 불만일 수 있다. 아예 그러한 혜택조차 모르거나 전혀 누리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도 엄청나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수도 다카 및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전 국토의 35%에 해당하는 지역만이 전기에 접근할 수 있다. 시골지역은 대부분 전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고, 그 인구가 수천만명에 이른다. 앞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이들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앞으로 10년 안엔 불가능하다. 발전이 잘돼 전력이 풍부하게 생산돼도 전력 송전망 등 인프라 구축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농촌지역 전력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에 그라민 샥티 등 비정부기구(NGO)가 주축이 돼 송전망 시설이 없는 농촌지역에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SHS:Solar Home System)를 보급하고 있다. 태양광을 이용한 농촌지역 불 밝히기 사업은 2003년 시작돼 작년까지 총 25만3000대의 발전기가 설치됐다. 가정당 4명으로 가정할 때 지난 5년간 등유로 불을 밝힌 100만명에게 전깃불을 제공해준 것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 사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대외원조 자금을 기반으로 2012년까지 총 100만대의 SHS를 보급할 계획이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 사업이 인기리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많다. 전기 공급이 불가능했던, 그래서 밤이면 암흑 속에서 생활했던 농촌이나 해안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는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또 설치가 쉽고 비용이 저렴하다. 3개월 정도면 50W 용량의 SHS를 설치할 수 있고 소요비용도 500달러 정도면 된다. 설치비용도 농촌가정에 저리로 융자해주는 소액대출(micro credit) 제도를 이용하면 해결된다.

 지형적으로도 방글라데시는 태양광 에너지 이용에 최적이다. 일조량이 많고 태양열이 뜨거워 7∼8월 우기를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시간당 6.5㎾의 태양복사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청정개발체계(CDM)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어 환경보호와 전력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태양광에서 희망을 찾다

 방글라데시는 신재생에너지 관련정책을 2008년 12월 확정했다. 올해에는 태양광 관련 장비 수입에 관세를 철폐했다. 종전까지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던 발전을 점차 대체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비율을 2010년 5%에서 2020년까지 1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신규 건축될 상업용 고층빌딩 및 주거지에는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10%의 태양광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 면세혜택도 주기로 했다. 이어 종전까지 디젤로 사용되던 관개용 펌프도 태양광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업계도 태양광 패널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다카 인프라 개발회사인 IDCOL은 자체적으로 패널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방글라데시 합작기업은 패널 생산을 위해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태양광 붐이 일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나라가 녹색 국가(green country)로 불리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에는 녹색 바탕에 타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붉고 둥근 원이 있다.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농업용수 펌프가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는 이정표가 되고 푸른 들판의 농촌마을 가정마다 하나씩 세워진 태양광 발전기가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한일 KOTRA 다카KBC 센터장 heinlich@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