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오는 ‘2015년’을 특허·로열티·라이선스 등 지식재산권(IP)에서 의미 있는 해로 점 찍었다. 2015년 만성적인 특허 적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낙관했다. LG전자 특허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정환 부사장(56·사진)은 “기술 수준이 올라가면서 특허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5년께면 IP 부문에서 흑자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5∼6년 후에는 해외 업체에 내는 기술 비용보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LG는 특허와 관련해서는 계약조건 때문에 정확한 비용·수입 규모 등을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 대략 2억달러 정도를 로열티로 받았다고 밝혔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2004년 기준으로 해외에 낸 기술사용료는 대략 32억달러, 특허로 벌어들인 돈은 8억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특허료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전자대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만성 ‘특허 적자국’으로 국제 사회에 알려져 있다. 간판 전자기업인 LG를 놓고 봐도 그룹 내에서도 LG디스플레이 정도가 특허 사용료로 수입을 올리는 정도다.
이정환 부사장은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퀄컴에 내는 특허료가 LG전자가 지출하는 비용 중에서 가장 많다”며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대만 등이 특허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국제 특허시장에서도 ‘공세’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이들 국가는 불과 수년 전 만해도 미국·일본에 비해 전자 분야 후발업체여서 ‘수세’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사장은 LG전자의 경우 2005년을 기점으로 특허 건수 위주의 ‘양’에서 특허 내용과 품질을 따지는 ‘질’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에 특허 4500건, 미국에 2000건을 등록했다. 절대적인 건수 면에서는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다소 밀리지만 모두 ‘알토란’ 같은 특허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77년 처음으로 사내에 ‘특허과’를 만들었으며 이후 ‘부’로, 다시 ‘센터’로 격상했다. 법무를 제외한 특허 인력만 200명에 달한다. 이 부사장은 특허과로 출발해 부사장급으로는 처음으로 센터장까지 맡은 ‘특허 전문가’다. 32년 동안 특허 하나만 파고 들어 특허 개발·관리·분쟁 분야에서는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민간기업의 특허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에는 한국지식재산협의회 (KINPA)를 설립해 초대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돈이나 비즈니스 목적보다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라는 틀을 활용한다는 LG전자 특허 정책은 여전히 변함 없다”며 “태양전지를 비롯한 그린에너지 분야 특허를 보다 강화해 ‘특허가 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