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에 나라 전체가 `충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행정부, 정치권, 경제계,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네티즌 등 각계각층은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정치권ㆍ경제계 “국가적으로 비통한 일”=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전 “참으로 믿기 어렵다.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EU정상회담 도중 서거 사실을 보고받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 각 정당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날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큰 충격이다. 말할 수 없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믿어지지 않는다. 일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없길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건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고, 차후에 이런 불행한 사태가 더는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계ㆍ문화계 “믿기지 않는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전해지자 진보학계도 보수학계도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보수학계를 대변하는 박효종 서울대(국민윤리) 교수는 “너무 충격적이다. 참담하다”라고 운을 뗀 후 “노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그와 같은 비극적인 결정을 했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의 김호기 연세대(사회학) 교수는 “이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이게 너무 충격적이다. 이 말밖에 코멘트를 할 수 없다. 평소에 알고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학계와 가요계, 영화계 등 문화 각계도 한목소리로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오탁번 한국시인협회장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고 경위가 어떻든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모두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민족성을 회복해야한다”고 말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불렀던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대통령이면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분인데 근엄하기보다 말씀도 위트가 있고 인간적인 모습이셨다. 어제 밤 여운계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충격을 받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다시 이런 소식을 들으니 거짓말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노사모’ 회장을 맡는 등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배우 명계남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ㆍ봉하마을 “너무 가슴이 아프다”=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대단한 충격과 함께 슬픔에 빠진 모습이다.

주부 박기영(52)씨는 “역대 대통령의 말로는 항상 씁쓸했지만 이번 소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에 버금갈 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추모와 슬픔을 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서명란이 개설돼 모두 1만3천여명에 달하는 네티즌이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화마을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충격에 휩싸였다.

23일 오전 10시께 마을회관에서 마을 공동 스피커를 통해 진혼곡을 내보내기 시작하자 사저 주변에 몰린 주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마을 주민 김모(45)씨는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언론과 검찰이 대통령을 죽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갑작스레 서거한 데 대해 시민사회는 이념적 성향을 떠나 한목소리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대 최용호 대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깊이 애도한다”고 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 최진학 정책실장도 “고인의 죽음에 비통한 심정을 누를 수 없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팀장은 “충격적이고 슬픈 날이다. 일부 과오도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나 정치ㆍ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점을 모두 기억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