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고향인 봉화마을 뒷산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수일 전부터 극도의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에 노 전대통령은 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이자 고교 동창인 ㈜센트랄 강태룡(63) 대표는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른 친구들이 잠시 만났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무척 면목없어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측근 등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며 절절한 감정을 드러냈다.
더구나 검찰의 추가 조사를 위한 권양숙 여사의 재소환이 다가오면서 정신적 압박감이 갈수록 커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잠을 도저히 못자서 굉장히 고생한 것으로 들었다.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몸무게도 많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고향친구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통닭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나쁜 마음 먹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눈빛에 절망이 가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거 수일 전부터는 봉하마을 사저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지인들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의 격려성 전화나 사저 방문도 일절 물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평소 1~2명씩 퇴근하던 비서관과 사저 근무자들을 이른 시간에 한꺼번에 퇴근시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하고 주변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그리고 23일 오전 5시10분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컴퓨터에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느냐”는 글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봉화산 산행길에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