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언론들은 23일 시시각각 전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주요기사로 신속하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인터넷 홈페이지 ‘긴급보도’란에 한동안 이 소식을 올려놓고 실시간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서울 특파원을 직접 연결해 상황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전직대통령 자살’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재임 중 깨끗한 정치인으로 자부하던 노 전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최근 검찰 수사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인터넷판 1면 톱으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불행하고 비극적인 역사”라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의 언급 등을 소개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자택 인근 산을 오르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그의 친족이 후원자로부터 부정한 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와 아사히(朝日),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유력 일간지들도 이 소식을 긴급기사로 타전했다.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을 시작으로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이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도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서부망(西部網)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정리한 기사에서 한국 민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서민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바이두(百度)와 텅쉰(qq), 시나닷컴, 소후닷컴 등은 이 소식을 주요 머리기사로 올렸고 일부 사이트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정리한 프로필을 게재하기도 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한국 언론의 보도 직후인 이날 오전 8시59분(현지시간)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외곽의 자택 인근 산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대만 언론들은 해외 돈세탁 혐의로 수감 중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과 비교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다.
홍콩 봉황TV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고향인 봉화마을을 떠나 검찰청사에 도착하는 장면을 방영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노 전 대통령을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소개하고 부정부패와의 대결을 내세워 2003년 정권을 잡았으나 여당이 스캔들과 내부 싸움에 빠지면서 그의 임기는 ’롤러코스터’처럼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인 TF1과 앵포 라디오 방송, 주간 르누벨옵세르바퇴르 인터넷판 등은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 노 전 대통령이 등산 중 투신해 숨졌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프랑스 언론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독일 언론들은 남북 화해의 지속 등으로 대표되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퇴임 후 부패 스캔들 연루 가능성으로 훼손됐었다고 평가했다. dpa통신은 별도의 부고 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부패와 금권정치 척결, 지역주의 청산, ’구시대 인물(old-boys) 네트워크’ 문화의 종식 등의 기치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취임 후 경제난, 언론과의 충돌, 정치적 도박,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소개했다.
아랍권 대표적 영어채널 알-자지라는 시간대별 뉴스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머리뉴스로 내보냈고 홈페이지에도 관련 소식을 톱기사로 배치했다.
알-자지라는 노 전 대통령이 남북화해를 위해 싸운 ’전사’였다며 청렴한 정치인이었던 그가 퇴임 후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비운을 맞이하게 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스페인 통신다 EFE 등 남미권 언론들도 “노 전 대통령이 자택 인근 산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캐나다와 러시아, 인도네시아, 벨기에 언론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