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D램 고정 가격이 6개월 만에 1달러를 넘어서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의도 증권가와 업계의 반응은 조금씩 다르게 나오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D램 가격은 호황 때처럼 흑자를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1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강남에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최근 D램 가격 상승세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 이승우 IT팀장은 “D램 가격은 6월에도 많이 오를 것 같고 7월에도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만 업체들이 가동률을 다시 올린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어 가격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올해 D램 시장이 작년 대비 2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 세계 경기가 더블 딥(경기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뒤 다시 하강하는 상황)으로 가지 않는 한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지수 팀장은 “지금 D램 가격은 삼성전자도 흑자가 안 나는 구조다. 이런 가격은 오래 못간다”며 “투자는 커녕 살아남는 게 목표가 되는 상황인데 하반기에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되면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론, 엘피다 등 3,4위 업체들과 프로모스, 파워칩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정리가 되면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현중 연구원은 “업황 자체는 삼성전자도 D램에서 적자를 보고 있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아질 여지는 있다고 본다”며 “내년에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소폭 흑자를 내고 대만 반도체 업체는 적자를 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40∼50%대의 이익을 내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많이 낮아졌지만 내년에 10% 중반대의 수익만 내준다면 괜찮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전망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담당 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반도체 시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폴 오텔리니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PC 판매가 1분기 중 바닥을 쳤다. 업계가 정상적인 계절적 판매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수위를 낮춘 예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하반기에 변수가 많아 섣불리 가격 전망을 하기 어렵다. 우리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엇갈리는 전망에 대해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추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조심스러운 예측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등 외부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며 “자칫 과열 경쟁이 재연되면 지금 가격으로는 업계 전체가 동반 몰락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어 ’쿨다운’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