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마케팅 도전하는 女 수학자

재미 수학자 출신의 여성 마케팅 전문가가 2년만에 은행에 이어 통신사로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KT는 24일 KTF 이동통신 사업의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게 될 개인고객전략본부장(전무)으로 양현미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장을 영입키로 했다. KT에서 전무급 여성임원이 처음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그는 이래저래 눈길을 끈다. 서울대 수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응용수학 박사 출신의 양 본부장은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사에서 CRM(고객관계관리)을 활용한 마케팅전략, 고객관리,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성공시켜 각광을 받았던 인물이다. 성공한 뉴요커로 살고 있던 양 본부장은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3개월여에 걸친 영입 작전으로 2007년 4월 국내에 들어와 신한은행의 마케팅 전략과 상품개발을 총괄하는 마케팅전략본부장을 맡았다. 신 행장이 한 세미나에서 양 본부장의 금융 CRM 강연을 듣고 한눈에 반해 미국까지 가 양 본부장을 설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한은행 41명의 본부장 가운데 홍일점이었던 양 본부장은 2년여간 ‘책으로 한권 쓸 정도’의 성과를 남기고 KT의 제안으로 통신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양 본부장은 “미국에 오래 있다 2년 전 신한은행 제의를 받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배운 것을 한국에 적용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며 “2년간 많은 일을 했고 어느 정도 생각한 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급자 위주의 마케팅에 익숙했던 국내 은행에 고객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방식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양 본부장의 지론은 충분한 데이터 분석과 연구에 기반한 과학적 마케팅과 고객의 성향과 니즈를 분석해 접근하는 전략적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본부장은 “옛날식 감성 마케팅이나 푸쉬형 마케팅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고객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만이 향후 고객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단언한다. 양 본부장은 “산업 분야마다 특징이 있지만 은행과 통신은 풍부한 고객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KT라는 회사를 아직 잘 모르지만 통신에서도 고객의 데이터를 최대한 분석해 고객중심의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도 양 본부장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이론적, 실무적 경험을 활용해 합병 KT가 고객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