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교활동은 왕성했다. 해외 순방 횟수만 총 27차례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다. 체류 기간도 181일에 달했다. 순방길에서의 쉼없는 릴레이 미팅에 당시 순방 때마다 함께했던 모 경제단체장은 “솔직히 무척 지치고 힘든 여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같은 외교활동은 여러 결과물을 만들었다. 과학기술계는 ‘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을 잊지 못한다. 노 전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03년 국내에 외국기업 연구소는 고작 106개소 정도. 중국이 세계의 굴뚝이자 R&D 집산지를 꿈꾸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은 동북아 R&D 허브를 만든다는 목표하에 한국의 우수한 R&D 환경을 알리는데 적극 나섰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영국 카벤디시연구소, 러시아 국립광학연구소 등이 한국에 분원과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한 것은 이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왕성한 외교활동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가 R&D 허브를 꿈꾼 것은 우수 인력을 한국에 끌어들이는 것이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확신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만큼 최고 두뇌집단을 유치해야만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반 외교 분야에서도 뚜렷한 결과물을 남겼다. 우선 대북 문제는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단절 상태로까지 치달았으나, 지속적인 설득과 관심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미국 문제도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반미주의면 어떠냐” “(북핵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을 포함 일부 국가에 반감을 샀던 그는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위해서는 피치못한 결정이라며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