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천국에서 평안하십시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5/090525094035_252313247_b.jpg)
24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해가 안치된 봉하마을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유서 내용처럼 이승을 떠난 그를 하늘은 비로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은 물론 전국 각지, 인터넷 사이버 분향소에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봉하마을 조문객은 이날 새벽부터 불어나기 시작해 낮 12시를 전후해 노무현 대통령 생가 및 분향소가 있는 봉하마을 회관까지 5㎞나 길게 이어졌다.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순천대 교수)은 “과학기술인에게 누구보다 애정이 많았던 대통령이셨다”며 “청와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더라도 과학기술 관련 행사에 모시고 가면 그렇게 신나 하실 수가 없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전날 도착해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박 전 보좌관은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인을 믿고 좋아했고, 무엇보다 과학기술을 재미있어 했다”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그 기반이 과학기술에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는 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노 대통령께선 과학기술이 국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봤는데. 경제대통령을 표방할 때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과기정책을 놓고 거시적인 틀에서 고민하셨다”고 말하며 가슴 아파했다.
부산지역에서 IT관련 학원을 경영하는 박치용 사장은 “지역 기업인과 열악한 IT기업을 많이 생각해 준 대통령으로 기억한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오늘 아침 일찍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각료, 청와대 측근들은 봉하마을을 지키면서 하객을 맞았다.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도 조문객을 맞아 일일이 악수하며 안내했으며,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도 조문했다. 정부는 노 전대통령 측과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장례위원장은 정부측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가족 측이 희망하는 복수의 인사가 공동으로 맡는다. 장의 명칭은 ‘故 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으로 하고 기간은 7일장으로 정했다. 영결식은 29일 김해시 진영 공설운동장에서, 안장식은 같은 날 봉하마을에서 거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차려진 노 전대통령 분향소를 직접 방문키로 하고 장례기간에 갈지, 영결식에 갈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노 대통령 서거에 정치권은 물론 각부처, 경제단체들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치르는 등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장 기간동안 내부 행사를 대부분 연기했으며 6월 국회 의사일정 협의 등을 위해 25일 열릴 예정이던 여야 원내대표 회담도 연기했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6일 국무총리 참석 행사로 열릴 예정이었던 신성장동력박람회도 차관급 행사로 낮췄다. 방통위는 이명박 대통령, 최 위원장 등이 참석하기로 예정된 ‘서울디지털포럼’ 등 행사일정을 조정 중이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를 서둘러 마치고, 남은 일정을 취소한 채 조기 귀국키로 했다.
산업계도 이번 주 예정됐던 축제성 행사를 연기했다. LG그룹은 25일 경기도 파주에서 한승수 총리 참석하에 개최할 예정이던 LG디스플레이 파주 LCD 8세대 공장 준공식을 연기했다. 삼성테스코도 대형마트 홈플러스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행사를 연기했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날 조문을 보내 한국 국민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특히 네티즌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마련한 추모페이지에는 수 십만건의 추모글이 이어졌다. 다음은 애도를 표하기 위해 초기화면 전체를 회색톤으로 바꿨다.
유형준기자·김해=임동식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