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넘긴 국민장 결정

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24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기까지 긴밀한 협의를 벌였으나 예상치 못한 잡음이 생기는 등 일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이라는 돌발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사전 조율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봉하마을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봉하마을 내부적으로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격론이 벌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쓴 것은 가족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등 유족도 국민장에 부정적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하마을 내부에서는 유족들은 ‘박연차 게이트’로 인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투신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측 인사가 참여하는 국민장에 대한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사모 대표를 지낸 명계남씨는 “국민장은 고인의 뜻이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을 모셨으면 한다”고 가족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감안할 때 국민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채택됐다. 주로 민주당 내 원로그룹이 이런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던 분”이라며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장이 더 맞지 않겠느냐고 해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국민장을 선택한 것이 장례를 분열이 아닌 사회통합의 계기로 만들자는 의미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원망하지 마라”고 쓴 것은 장례 과정에서 내탓네탓 공방을 벌이지 말고 사회통합을 생각해달라고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화합 차원에서 가족장보다는 국민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노 전 대통령측은 장의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마찰음도 냈다.

당초 정부는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의 관례에 따라 한승수 총리를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 전 대통령측은 명망있는 사회 원로에게 위원장을 맡기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와 노 전 대통령측은 양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위원장을 위촉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위원장 숫자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정부는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한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등 2명을 공동위원장으로 두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노 전 대통령측이 한 총리 외에 노 전 대통령측 인사 2명을 위촉하는 3인 공동위원장 방식을 제안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초 봉하마을에서 2인안과 3인안을 제안했지만 정부가 3인안을 받아줄 것을 기대했다”며 “위촉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결론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을 청와대에 떠넘겼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협의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좀 생긴 것같다”며 “일단 해당 부처에서 해결할 문제로서 청와대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측은 장의위원장이 장례절차에 필요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일단 25일 낮부터 2인 위원장 체제를 가동하면서 공동위원장 문제해결을 위한 후속 협의를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