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스플레이의 진화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아무리 최첨단의 기술이라도 세계 최초, 세계 최고와 같은 수식어들이 불과 몇 달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TV의 진화속도는 가장 빠르다.
1966년에 금성사가 국내 최초로 흑백TV를 개발했을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진화속도를 상상할 수 없었다. 흑백TV가 개발되고 나서, 국내 기술로 컬러TV가 개발되는 데 11년이 걸렸으며(1977년), 국내 독자 기술로 PDP TV가 개발된 것이 그로부터 꼭 30년만인 1997년의 일이었다. 그 후 40인치대 대형 LCD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된 것은 다시 7년 뒤인 2004년이었다.
최근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꿈으로만 여겨졌던 100인치 LCD TV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개발도 이미 몇 년 전의 일이 되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과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70∼80년대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스플레이 기술도 하나 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은 비단 진화의 속도뿐만 아니다. 과거에 기술 발전의 양상은 기술 자체의 발전 성격이 강했다. CRT에서 프로젝션TV를 거쳐, PDP TV와 LCD TV로 진화되어온 과정은 디스플레이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그동안에도 물론 디자인이나 사용자 환경(UI) 등의 변화가 시도되어 온 것은 사실이나, 핵심적인 변화는 기술적인 진보였지 다양성의 추구는 아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제 자연색에 근접하는 화질과 초박형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이나 저전력과 같은 친환경 기술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개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개발된 240Hz, 480Hz 기술이나 LED 백라이트를 채용한 LCD TV의 개발 등은 화질과 디자인 등에 있어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제 기술에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에서 또 다른 승부를 펼치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어떤 기술이 개발되기를 원하는지를 시장과 분명히 소통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변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세상을 보는 창’인 디스플레이가 이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이제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어 ‘끊임없는 연구개발’ 외에는 달리 정답이 없다. 디스플레이 기업의 연구소들이 그 유일한 정답을 위해 지금도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