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소&전자세금계산서] "번거로운 종이서류, 포맷하세요"

 공인전자문서보관소(이하 공전소) 시장이 긴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전자문서 활용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이 내년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무화는 전자세금계산서는 공전소 시장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정착되면 전자문서 인식도 대전환을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전자문서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신뢰성 문제가 전자세금계산서로 말끔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원본은 종이문서다’ ‘종이문서가 편리하다’ ‘종이문서가 더 안전하다’ 등 전자문서에 대한 오해는 옛말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공전소 업체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당장 전자세금계산서 보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금계산서로 촉발된 전자문서 보관시장 특수를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불사할 태세다.

 전자세금계산서 관련 업계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IT서비스·솔루션·ASP·공인인증 등 관련 업체는 국세청의 의무화 가이드라인에 온통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마케팅’은 소리 없는 전쟁처럼 이미 시작됐다.

 ◇‘공전소 르네상스’ 온다=공전소와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는 한마디로 ‘물 만난 물고기’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문서에 대한 불신→전자문서 사용율 저조→공전소 개점휴업’으로 이어진 악순환이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로 ‘전자문서 신뢰 회복→전자문서 각광→공전소 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공전소 업계는 연간 발행되는 종이세금계산서를 일렬로 쌓으면 190㎞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세금계산서는 5년간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기 때문에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이후 자연스럽게 공전소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전소 업계의 전자세금계산서 시장 선점경쟁은 벌써 시작된 상태다. 삼성SDS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시행중인 전자세금계산서 중계서비스인 ‘다큐빌’을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전자세금계산서 신버전에 맞춰 업그레이드 중이다. 중계 솔루션을 발판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보관 사업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LG CNS도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IT서비스업과 공전소 업무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다.

 신규 사업 진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월 6호 사업자인 스타뱅크가 탄생한 데 이어 증권·금융권의 전자문서 사업을 주도할 코스콤도 다음 달 7호 사업자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콤 뒤를 이어 한국정보인증도 지난달 기술심사에 들어가 이르면 10월 8호 사업자로 선정될 전망이다.

 공전소는 지난 2007년 4월 KTNET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LG CNS, 삼성SDS, 한전KDN, 하나아이앤에스, 스타뱅크 등 6개 사업자가 배출됐다.

 이종영 전자문서산업협회 부회장은 “서비스 2년째를 맞아 공전소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고, 정부부처간 이견도 조율됐지만, 기업의 인식부족으로 전자문서 보관사업은 주목받지 못했다”며 “전자세금계산서가 의무화되면 전자문서도 법적 책임을 지는 공인문서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세금계산서 시장 빅뱅 초읽기=국세청이 내년부터 시행하는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는 전사세금계산서 교부와 전송, 표준인증 등의 의무화를 담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세청에 신고된 세금계산서는 1억8000만여건이다. 현재 기업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유통하는 비율이 8%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무궁무진하다.

 업계에서는 현재 연간 120억원 규모인 ASP 방식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시장이 당장 내년 의무화로 1200억원대로 10배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표준전자세금계산서 양식에 맞춘 기업 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보안 등 관련 솔루션 수요까지 감안하면 경제파급력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자세금계산서 골드러시’가 이미 한창이다.

 지난 4월 전자문서산업협회 산하 협의회로 출범한 전자세금계산서협의회는 한 달 만에 회원사가 53개로 급증했다.

 ASP업체는 물론이고 IT서비스·솔루션·전자인증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전자세금계산서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최근 개최한 전자세금계산서 관련 세미나에 수백명의 업계 관계자가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물밑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도 수십개에 달한다.

 국세청은 7·8월 전자세금계산서 교부 및 전송을 전담할 대용량연계사업자 인허가에 돌입한다. 이로써 10월부터 표준전자세금계산서 교부 및 전송 시범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업계는 이 때문에 국세청이 내놓을 인허가 기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국세청은 내년 법인사업자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무화한 뒤 향후 개인사업자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장재경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본부장은 “표준전자세금계산서가 전면적으로 유통되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전자거래와 조세환경의 기반이 조성돼 사회적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기업의 업무효율 증대도 자명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30%에 머문 국내 전자거래율도 90% 이상으로 급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