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핵실험을 하면서 경제 회복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4월부터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데 이어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는 국면에서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내 정세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안팎으로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북한발(發) 리스크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일시적, 제한적이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금융시장에 반짝 충격..투자.소비 악영향 미미=금융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4.40원 하락한 1,243.00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269.40원까지 뛰어올랐다.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88.54포인트(6.31%) 폭락한 1,315.21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그 후 충격에서 벗어나 낙폭을 만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때와 달리 충격이 컸던 것은 당시에는 북한이 미리 발사 시기까지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돌발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표류하면서 예상됐던 북한의 행동 리스트에 핵실험이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빨리 실행에 옮길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고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나마 충격이 컸던 2006년 10월 9일 북한 1차 핵실험 때는 당일 코스피지수가 32.60포인트 급락한 1,319.4로 추락했고 환율도 1년10개월 만에 최대폭인 14.8원 급등했지만 보름 남짓 지나자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와 2002년 2차 북핵 위기, 2006년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등 북한발(發) 초특급 악재를 겪으면서 생긴 내성과 그간의 학습효과는 금융시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북한 리스크가 일시적, 제한적이었다는 경험은 오히려 투자의 호기라는 판단까지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심리적 악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신인도 부담 우려=국가 신인도에 미칠 영향은 예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춰 ’부정적’으로 조정해 놓고 있다.
평가기관에 따라서는 북한 리스크에 민감해하는 곳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적이 2003년 2월에 한 차례뿐인데, 당시 무디스는 2차 북핵 위기로 긴장감이 고조되자 신용등급 전망을 두 계단 내렸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2006년 핵실험 때도 유지됐다. 피치는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의한 안보 리스크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관련해 이미 반영됐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북핵이 이미 한국의 신용등급에 ’상수’가 된 상황이어서 이번 핵실험이 추가적인 하향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지난달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30억 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성공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제금융국 비상대책팀을 중심으로 외신 반응과 외국 투자자, 환율 동향을 실시간 점검했으며 금융위원회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26일에는 재정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이 참석하는 금융당국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금융시장에 영향은 좀 있겠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며 “과거 북한 핵실험 때도 금융 시장이 조금 흔들렸다가 바로 회복한 만큼 이번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반도 정세가 관건=이처럼 핵실험에 따른 충격은 단기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몰고 올 수 있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대북 제재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경우 서로 강수를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 지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결구도가 장기화하면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불가피하다.
반면 외교적 해결 노력이 강화되면서 다시 한 번 대화 국면을 연출하면 오히려 경제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무시’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대화에 나설 경우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북미 대화로 이어진 것이나 2006년 핵실험이 6자회담의 추동력이 된 사례와 비슷한 국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