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내수 매출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세트매출 10조 클럽’을 계획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총괄은 내부적으로 반도체와 LCD 등 부품을 제외하고 올해 ‘경영목표 8조원, 도전목표 9조원’으로 매출 목표를 낮춰 잡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5년 ‘국내 매출 10조·지역상권 1등 점포’ 비전을 제시한 이후 4년만에 수정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내수 매출 목표를 대폭 축소한 것은 그만큼 올해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소비심리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세가 지속되고 생활가전 등 세트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전개돼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부지향적 매출 목표보다는 실질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 내부지향 경영관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10조 클럽에 가입해야 했지만 4000억원 가량이 부족해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내부적인 도전목표를 9조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액(본사 기준) 18조5700억원 가운데 내수 판매는 17%인 약 1조8800억원(반도체 및 LCD 등 부품 제외)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2조1394억원과 비교하면 약 13.8% 가량이 줄어든 수치로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조2200억원에 못 미치는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미디어 부문 역시 해외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의 기대이상 성적과 달리 내수에서는 평판TV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으며 생활가전 역시 지난해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을 토대로 단순 계산을 한다면 2분기부터는 전통적인 계절적 수요 강세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도전목표 9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경기상황과 소비심리 악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한국총괄 주요 임원들은 올 한해 실적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가격은 유지하되 점유율은 확대하라’는 특명을 각 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매출은 내수가 호황이던 지난 2002년 12조원(반도체 등 부품 포함)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달했으나 이후 2008년까지 9조원 후반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 대대적인 조직개편 이후 조직 추스르기로 1분기를 보냈다”며 “계절가전과 LED TV 등 차별화된 신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으로 매출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