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 칩 원천 소재인 사파이어 기판의 국산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사파이어 기판은 LED 칩 제조공정의 출발점으로 지금까지 대일 수입 의존도가 컸던 대표적인 품목 가운데 하나다. 최근 LED 시장이 막 열리면서 사파이어 기판의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자 국내 업계가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칩 산업에도 원가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LED 칩 시장에서 국산 사파이어 기판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LED 칩 제조 공정에서는 사파이어 기판에 화합물을 입혀 반도체층을 형성한뒤 칩 전단계인 에피 웨이퍼를 만들어 낸다. 특히 에피 웨이퍼의 경우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대규모 설비 투자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파이어 기판 국산화는 칩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2위권의 에피 웨이퍼 양산능력을 갖춘 에피밸리(대표 장훈철)는 일본 교세라 등 해외로부터 공급받던 사파이어 기판을 올 들어 100% 국산으로 대체했다. 사파이어 기판 업체인 일진디스플레이(대표 심임수)와 지난 1년여간 양산 테스트를 거친 끝에 지금은 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전량 국산화했다.
장훈철 사장은 “사파이어 기판을 국산으로 바꾸면서 30%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며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효과도 덤으로 얻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칩 업체인 LG이노텍(대표 허영호)도 2인치에 이어 최근 4인치 웨이퍼용 사파이어 기판까지 대부분 국산 제품으로 전환했고, 삼성LED(대표 김재욱)도 국산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사파이어 기판 전문업체들의 실적도 올 들어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사파이어 기판 사업에서만 25억원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배이상 신장했다. 지난 2005년부터 사파이어 기판 사업에 나서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 지금은 국내 주요 LED 에피 웨이퍼 및 칩 제조 업체들에 공급중이다.
또 다른 사파이어 기판 전문업체 크리스탈온(대표 강진기)도 올해 120억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상정, 지난해와 비교해 배 가까운 실적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호엽 크리스탈온 이사는 “올 들어 국내 주요 LED 업체들의 에피웨이퍼 국산화율이 60%를 넘어섰다”면서 “향후 4인치 웨이퍼 채용이 늘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