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서거 전 "정토원에 가보자"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에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진 인근의 사찰인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이 밝혀졌다.

유서를 써놓고 사저를 나와 투신하기 전에 부모님의 위패에 ‘하직인사’를 하면서 마지막 마음정리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면서 ‘귀향환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 원장은 25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새벽 경호원이 ’계시냐’며 나를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선 원장은 “VIP(노 전 대통령)도 오셨느냐고 물었는데 경호관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 원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내가 경호원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법당에 모셔진 부모님의 위패에 예를 표했다고 사찰의 음식조리를 담당하는 보살이 말했다”고 전했다.

서거경위를 수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 관계자도 “이 경호관이 조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들렀다는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경호관은 노 전대통령과 함께 봉화산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 바위로 갔다며 단순히 코스만 말했을 뿐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토원과 부엉이바위는 걸어서 몇분 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런 사실들로 미뤄볼 때 노 전 대통령은 서거 당일 사저를 나와 정토원에 들러 부모님의 위패에 예를 표하고 ‘최종 결심’을 한 뒤 부엉이 바위로 가 경호관과 대화를 하면서 머물다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지난 24일 2차 수사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당일 이동경로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토원에 들렀던 부분은 빠뜨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호관이 수사에서는 투신한 장소가 중요해 도중에 잠시 들렀던 정토원에 대해선 별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해 “등산에 나선 노 전 대통령께서 경호관에게 ‘정토원에 가보자’라고 말씀하셨고 도착해서는 ’선 법사(선진규 정토원장) 계신지 보고 와라’고 지시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이 ‘계신다’고 하니 ‘됐다 가자’, ‘내가 정토원에 들러서 확인하라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고 말씀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천 홍보수석은 “경호관은 ‘내가 확인하라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고 한 대통령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진술을 안한 것”이라며 “우리도 대통령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