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은 ‘구름(클라우드)’ 속에 있는 IT 자원을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구름’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정의하는 동시에 IT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은 상징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이 구름은 IT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먹구름’이 될 수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초기 단계 진입을 준비 중인 우리나라에도 많은 먹구름이 존재한다.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국도 클라우드 컴퓨팅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먹구름 #1 ‘개념’=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논의는 ‘이것이 무엇인가’에 맞춰져 있을 뿐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부분은 빠져 있다. 아직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놓고 우리나라의 접근 방식은 지나치게 학습형이다. 이미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 서비스에서 일반인도 쉽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전인호 한국HP 전무는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간 선보였던 컴퓨팅 기술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것일 뿐 새롭거나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용어풀이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더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먹구름 #2 ‘한국’=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비롯해 이의 근간을 이루는 가상화, 소프트웨어서비스(SaaS), 유틸리티컴퓨팅 등은 모두 해외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원천 기술이나 활용 측면에서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IT업체에 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찾되 모든 것을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작더라도 국내 IT 업체가 강점을 가진 영역을 발굴, 초기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클라우드에 적합한 응용 애플리케이션 및 보안 SW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업체의 진출이 용이한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업을 준비 중인 강찬룡 클루넷 사장은 “클라우드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정부 차원의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후 정부가 이를 기반으로 기술경진대회를 열거나 산업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먹구름 #3 ‘서비스’=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다. 지난해 미국 성인 2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9%가 초기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중 개인정보 유출(판매)을 우려한 응답자는 90%에 달했다. 개인이 이럴진대 많게는 수조원 규모의 비즈니스 인프라를 외부 클라우드에 맡겨야 하는 기업은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안정성 우려도 크다. 실제로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중 하나인 아마존 웹서비스도 지난해 초 일부 서비스가 가동을 멈춰 수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남궁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부장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데이터와 IT 자원을 아웃소싱하는 형태여서 안정성과 보안성 우려가 항상 따라다닌다”며 “이에 대비한 플랫폼 보안 및 분산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사고 발생 시 클라우드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규정한 법제도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