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이 베트남의 소매 유통망을 지금보다 20% 이상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베트남 투자에 나선다. 베트남을 사실상 ‘제2 내수시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개선 중인 대우 상황을 고려할 때 베트남 투자 건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우는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해외 법인과 생산 라인을 조정하는 등 또 한 차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대우일렉(대표 이성)은 올해 안에 베트남 내 입점 매장 수를 14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우 관계자는 “현지 대형 업체와 제휴하는 형태로 올 최소 300개 이상 매장에 추가로 입점할 계획”이라며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확보한 매장 수가 1100곳임을 감안하면 최소 20% 이상 확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베트남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18일 일주일 일정으로 현지 주요 유통업체 담당자를 국내 본사로 전격 초청했다. 대우가 현지 파트너를 초청하기는 워크아웃 이후 처음이다. 1주일 일정으로 방문한 베트남 현지 유통업체 방문단에는 베트남 최대 가전 유통업체 타이핀(Tai thinh)을 비롯한 피코(Pico) 등 11개사 관계자 20여 명이 참여했으며 본사, 디자인연구소, 광주 사업장 생산라인 등을 견학했다.
대우는 또 베트남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도 크게 확대키로 했다. 먼저 현지 주거 환경에 맞춘 냉장실, 아래 칸에 냉동실을 배치한 고급형 ‘콤비 냉장고’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상업용 냉장고 모델 수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대우는 이를 통해 상업용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올려 놓는 등 시장 점유율 1위 재탈환에 나선다. 대우 측은 “지난 2007년까지 3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7년 연속 전체 냉장고 시장 1위를 고수했지만 최근 산요·도시바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올들어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점유율도 지난해와 비교해 10%, 15% 가량 늘릴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동남아 전체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한다. 대우는 2005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06년 싱가포르·홍콩·방글라데시에 진출했으며 올해 말까지 동남아 전 지역으로 넓히기로 했다.
대우는 94년 국내 전자업체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진출 첫해 냉장고 10만대을 시작으로 지금은 연간 냉장고 30만대, 세탁기 10만대, 전자레인지 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대우는 스페인(냉장고), 폴란드(매각 예정), 멕시코(세탁기·전자레인지·냉장고), 말레이시아(세탁기·전자레인지), 중국(전자레인지) 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베트남 공장은 멕시코와 함께 가장 규모가 크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