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구조에 맞는 성장 교본이 나왔다.
26일 범정부 차원에서 확정 발표한 ‘신성장동력 추진계획’은 늘상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잡던(catch-up)’ 방식에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선도(trend-setter) 전략’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2조600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24조50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정부의 ‘통 큰’ 투자 전략도 성장동력산업 육성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민간에 적극적인 투자의 장을 벌려주기 위해 공공수요, 제도개선, 고위험 원천기술 개발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자세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전히 200개의 세부 과제 항목이나, 62개 스타브랜드, 1214개의 핵심기술 등은 세밀한 ‘선택과 집중’ 없이 수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여러 개의 씨앗을 뿌리고, 한두 개라도 싹을 틔우면 어쨌든 얻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시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 구체성이 부족하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신성장동력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기술개발 못지않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체질도 강화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돈 풀어서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품질과 생산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신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정부 R&D기관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려면, 우리나라 관료 관행상 순환 보직으로 길어야 1∼2년인 담당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며 “향후 5년을 내다보는 전략인만큼 그에 걸맞은 정책 전문가 양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현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 팀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기업이 해야 될 몫을 하는 사례도 많았는데, 이번 신성장동력에서 정부의 역할은 대규모 시스템 및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서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김민수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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