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 이후 미국의 대응 분위기가 자못 강경하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새벽에 대북 비난 성명을 발표한 뒤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미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사흘 연휴를 마치고 26일 재개된 미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런 기조는 분명히 나타났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핵실험 후 이뤄진 첫 공식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옵션들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5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한 긴급 협의를 열고 구체적 대북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과 미국의 독자적 대응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안과 이를 통한 대북제재 외에 미국이 독자적 대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국무부는 시사했다.
켈리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명백히 재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 독자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미 의회에는 이미 지난달 장거리 로켓 발사 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토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경우 북한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법률에 의거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럴 경우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금융 기관들의 대북 차관제공 등이 사실상 금지된다. 북한에 대한 자금 줄을 미국이 완전 틀어막는 방안도 거론된다. 북한에 대한 무력대응 방안이 사실상 배제된 상태에서 이는 최고의 대북 압박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전세계 금융기관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북한의 국제적 자금거래 차단 및 북한의 계좌 동결에 나서는 금융제재가 우선 가능하다. 이 방안은 북한이 거래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미국이 지난 2005년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뒤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시키면서 큰 효과를 봤던 방안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새 방안을 포함한 독자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사실상 주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강화된 시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PSI에 전면 참여함으로써 실효성도 한층 높아졌다. 그렇게 될 경우 미사일 등의 거래로 자금을 마련해 온 북한에게는 돈 줄 차단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 보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미국이 전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밖에 지금도 사실상 중단돼 실효성은 적지만 미국의 대북 에너지.식량 등 각종 지원의 완전 중단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북한의 유엔 축출”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를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 때와는 달리 전세계 누구도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는 곳은 없다면서 “북한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