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전유통 소매업체 `약진`

 미국 가전 유통시장에서 베스트바이·월마트 등 전국단위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 틈바구니 속에 지역형 소형 소매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전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지역형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전국망을 가진 대형 체인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 번창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지역시장에서 축적한 시장경험을 토대로 점차 판매지역을 확장하면서 올해초 파산에 들어간 가전유통 시장 2위 서킷시티의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특히 TV·세탁기 등 제품에 대한 깊은 지식과 친근함을 가진 판매원들을 내세워 기술과 시장 정보에 어두운 고객층을 적극 흡수하는 차별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디애나폴리스의 ‘Hhgregg’, 텍사스 버몬트의 ‘Conn’s’, 뉴욕의 ‘P.C.리처드&손’ 등의 성장과 시장공세가 눈에 띈다.

 미 중서부 지역에서 111개 점포를 운영중인 Hhgregg는 지난 3월 회계년도 말에 20개 매장을 새롭게 열었다. 당초 예정했던 15∼18개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의 데니스 메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형 체인에 비해 우리 매장 판매원들은 잠시만 머무는 저임금 근로자나 젊은이들에 소구력이 높다”며 “10∼20년의 오랜기간 근무한 판매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텍사스·루이지애나·오클라호마 등에서 75개 점포를 운영중인 Conn’s는 지난해 2월 7개 점포를 신설하고 서킷시티의 직원들을 영입했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들에게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밀착형 영업을 독려하고 있는 이 체인은 지난 4월 마감된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2억 달러 규모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지난 1909년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하드웨어 유통점 P.C.리차드 역시 최근 뉴욕시티에서 운영되던 서킷시티 매장 6곳을 매입해 전체 판매점을 56개소로 늘렸다.

 하지만 이 같은 소형 유통업체의 성장을 두고 월마트 등 대형 체인들은 의미를 축소했다. 월마트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이미 확보한 고객들에게 영업직원의 지식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비록 베스트바이·월마트·아마존닷컴 등 강력한 대형 유통업체가 버티고 있지만 지역 체인들 역시 서킷시티가 사라진 뒤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치뱅크는 서킷시티의 공백으로 생긴 시장규모를 111억달러로 추정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