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관련 리스크로 인해 3일 연속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전기전자업종 등 대형 IT주에 대한 순매수를 하고 있다. 은행, 증권, 건설업종에 대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잇따른 북한 관련 악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북한이 서해상에서도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한국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등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매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개월간 가장 큰 매도를 보인 것은 우려할 만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보다는 전기전자, 건설, 조선 관련주들을 폭 넓게 매수했다”고 해석했다.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삼성SDI(23만530주), 삼성테크윈(27만6028주) 등을 사들이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10.75% 상승했다. 의료정밀, 은행, 증권 등 최근 강세를 보이던 업종들이 지난 이틀간 3∼5%대 하락폭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 매매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그간 상승장에서 은행주에 밀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SK브로드밴드, 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주가 순매수 종목 상위권에 다수 올라온 점이다. SK브로드밴드는 3일간 누적순매수가 190만8538주, 119억1600만원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일 7만3010주였던 매수가 99만9997주로 누적됐다. 금액도 284억원에 이른다.
대우증권 김영주 연구원은 “경기에 민감한 전기전자주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한국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대해 선취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측은 “앞으로도 외국인이 우리 증시를 지지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 전기전자 주식 매집에 나서고 있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국 증시의 회복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인은 주로 상승 기세가 주춤한 새내기 공모주와 바이오 관련주를 사들였으며, 기관은 대부분 순매도했지만 실적주나 테마주 중에서 상승 여력이 있는 주식들을 쓸어 담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