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패러다임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얼마 전 ‘EA의 새로운 진화:비즈니스 중심 아키텍처’라는 자료에서 앞으로 EA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비즈니스 아키텍처 중심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환경과 IT의 급속한 변화로 다분히 기술과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EA로는 비즈니스 효율성 극대화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포레스터리서치는 기업들이 비즈니스 아키텍트를 광범위하게 양성해야 하고 비즈니스아키텍처 중심으로 EA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아키텍처를 잘 그리는 것은 EA가 아니다.” 가트너는 EA가 테크니컬아키텍처(TA)를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이 비즈니스 전략에 맞춰 미래 아키텍처로 잘 진화할 수 있도록 현 아키텍처와 미래 목표 간의 격차를 분석하고 체계적인 이행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EA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포레스터리서치와 가트너의 주장은 EA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잘 대응하기 위한 이행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EA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가칭 EA법)’까지 만든 국내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얼마 전 모 공공기관이 약 2억2000만원 규모의 ‘EA 시범사업’을 발주했다. ‘그렇게 돈 들여서 EA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제안요청서(RFP)를 훑어봤다. 서론과 사족을 빼니 제안요청 내용은 고작 A4 4페이지 분량이었다. 해당 기관 고유의 요구사항은 없고, EA RFP에 나올 법한 일반적인 요구사항(그것도 추상적인)뿐이었다. 이 기관은 ‘EA법’에서 지정한 도입 의무 기관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기관이 내세운 도입 목적이었다. ‘정보기술 아키텍처 성숙도 1단계 유지’. 성숙도 1단계란, EA가 필요하다는 것을 조직 내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A가 필요해서, EA를 활용하기 위해서 EA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요구하니까’ 프로젝트를 하는 식이다. 마치 그룹웨어를 도입하면서 그룹웨어의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하겠다는 황당한 목표를 내세운 격이다.
지난해 연말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이 실시한 ‘2008년도 EA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문구가 있다. EA 성숙도를 평가하는 기준 중 기관장의 의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공공기관 EA 담당자의 상당수가 이를 기관장(CEO)이 아닌 차관, 차장, 국장급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EA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CEO 혹은 기관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EA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CEO가 관심을 가질 만한 EA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EA 활동, 정확하게 얘기하면 현재 아키텍처를 문서화한 후 이를 EA관리시스템(EAMS)에 저장하는 활동에 기관장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당연히 기관장의 지원을 받기 힘드니, EA 담당자들은 기관장의 후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EA법’이 시행된 지 벌써 만 2년이 다 돼 간다. 아직도 국내 공공기관에서 EA는 현재 아키텍처를 문서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을 듣는다. EA가 성과를 거두려면, 현업 부서가 필요로 하고,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EA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서기 전략기획팀장 겸 CIO BIZ+ 팀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