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버로·존 헤일러 지음. 이경식 옮김. 크림슨 펴냄.
지난 2007년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해 경제 학자 및 전문가들에게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경제경영 도서를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독자들을 대상으로도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최고의 도서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년)이 올랐고, 2위와 3위에 각각 ‘문 앞의 야만인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노트’가 꼽혔다. 이 책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경영 도서 톱10’에서도 순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넘어갔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이미 그리스·파키스탄의 국민총생산을 넘는 구매력을 지녔던 KKR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33년간 총 4230억달러를 투자한 기업사냥꾼이다. 투자한 기업도 오비맥주를 포함해 49개에 달한다.
KKR가 세상에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지난 1988년 다국적 식음료업체 RJR내비스코를 310억달러에 사들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인수기록을 세웠던 이 사건은 사모펀드라는 이름이 시장에서 일반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KKR는 2007년에도 미국 텍사스 지역 최대 전력회사인 TXU를 사들여 또 한번 사모펀드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 책은 RJR내비스코 인수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전문 기자였던 브라이언 버로와 존 헤일러가 관련 내용을 취재해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된 것으로 금융 분야 보도문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서술구조로 꾸며진 ‘문 앞의 야만인들’은 1988년 10월과 11월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LBO 열풍을 섬세하게 묘사해 ‘LBO의 교과서’로도 불리고 있다. M&A 전문가들과 여론조작, 전략회의와 사교계 파티, 이사회 등을 소재로 금융가에서 펼치지는 상상 이상의, 때로는 야만적으로까지 보이는 일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차입매수의 바람은 최근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파악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요인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미국 MBA과정에서 20년 넘게 활용되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기업 사냥의 전개방식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새롭게 출간된 20주년 기념판이 우리말로 옮겨졌다. 2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