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전문대학·기업 등 3자의 연계를 통한 전문화와 기술 인력 조달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산학협력취업약정제(협약학과) 사업이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통합되면서 존폐가 기로에 섰다.
산업체의 인력공급 중단은 물론 취업약정제 대학의 존폐위기, 취업약정제 대학 입학생들의 진로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취업률 100% 대학 속출=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취업약정제(협약학과) 사업단으로 선정된 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계열 U네트워크 전공학과(3년제)는 지난 22일 네트워크 망 관리업체인 LK테크넷과 2010년 졸업생 10명을 이곳에 취업시킨다는 내용의 취업 약정을 체결했다. 2010년 이과 졸업 예정자 33명 가운데 18명은 이미 8개 회사와 이 같은 취업 약정을 맺었으며 나머지 5명도 곧 동해정보통신과 취업약정을 체결키로 해 졸업 예정자 전원이 100% 취업을 보장받았다.
두원공대 협약학과 졸업생 역시 100% LG디스플레이에 취업됐으며 순천청암대의 협약학과인 IT교육과 학생 3명은 일반 대학생도 취업하기 힘든 일본 소니엔지니어링에 취업했다.
산학협력취업약정제는 교과부에서 지원한 자금 가운데 절반을 전문계고에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그 학생들을 받아 일정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기업체와 협약을 통해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계고와 전문대 설립목적도 살리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고교부터 전문대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기술인력 부족현상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교과부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44개 사업단에 374억원을 지원했다.
한상철 상지영서대학 교수는 “실업계고를 졸업한 후 산업체 취업과 동시에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지난해 기준 97%가 당초 예정했던 전문대에 다닐 정도로 탈락률이 낮은 편”이라며 “교과부에서 내놓은 전문계고, 전문대 육성방안과 중소기업 인력 배출 측면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돌연 폐지, 입학생·학교 우왕좌왕=교과부는 올해 산학협력취업약정제 사업을 포함한 전문대학특성화 사업과 누리사업, 수도권 특성화 사업 등을 흡수 통합해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개편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사업단을 평가해 선정, 사업단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전 사업과 달리 대학정보 공시를 바탕으로 지원하며 총장에게 직접 지급,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과부 측은 “통합됐다고 해서 사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각 대학이 교육역량강화사업 자금을 받은 경우 판단에 따라 취업약정제를 지원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상철 교수는 이에대해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취업약정제 학과가 실시했던 전문계고 현금 지원(장학금)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지난해까지 취업약정제 고교에 지원해왔던 지원금 집행 근거도 함께 사라져 예산을 마련하고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취업약정제 협약 대학과 전문계교, 기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교과부, 국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림대학 U네트워크 전공과의 김장권 교수는 “취업약정제가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입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어졌으며 전문계고 학생들을 유인할 유인책도 없다”며 “취업약정제 취지를 살릴 수 없는 만큼 학과명도 일반적인 통신학부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