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그룹 IT전략에 따라 발전 자회사를 대상으로 공동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전체 프로젝트는 약 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공공 ERP 프로젝트 중 대형 프로젝트로 손꼽혀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전력은 아직 ERP를 구축하지 않은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기술 등 4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공동 ERP를 구축하기 위해 오는 7월께 프로젝트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현재 많은 IT서비스업체들이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ERP 구축 프로젝트에 제안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은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면, 우선 올해 말까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와 함께 프로세스혁신(PI)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6월까지 모든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안정화 기간을 거쳐 정식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ERP 구축 범위는 설비 부분을 제외한 인사, 구매, 재무회계, 관리회계, 공사관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전 분야다. 한전은 이번 프로젝트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이번 프로젝트 중 관심 사항은 무엇보다 한국오라클의 ERP 솔루션이 한국전력 그룹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한국오라클은 한국서부발전의 ERP 프로젝트에 패키지 솔루션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은 SAP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업자로 선정된 지 불과 몇 개월만에 패키지 솔루션 공급 논의가 중단되는 불행을 맞았다. 새로 취임한 김쌍수 사장이 자회사별로 ERP 시스템을 각자 구축하는 것은 비용 낭비라며 공동 ERP 구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4개사 공동 ERP 구축이 논의되면서 한국서부발전의 오라클 패키지 솔루션 도입은 자연스럽게 백지화됐다. IT서비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컨설팅 및 IT서비스업체들은 대부분 SAP 제품을 제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오라클을 제안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미 ERP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자사와 자회사를 대상으로 약 50억원 규모의 K-IFRS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있다. 최근 제안서를 접수 받은 결과 삼성SDS·삼정KPMG 컨소시엄이 단독 제안해 유찰됐다. 한전은 조만간 재공고를 할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