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서가 밖에서 보는 것과는 정말 다르네요.” 지난 2월 한화건설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된 이윤식 상무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꺼낸 첫 마디다. 이 상무는 인터뷰 내내 짧은 시간이지만 CIO로서 느낌 점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IT 부서는 현업에서 요구하는 것을 담아주는 전문 엔지니어 집단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기술자를 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사상까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이 상무는 CIO 역할을 맡기 전까지 인사팀장, 감사 부서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 왔다. 하지만 IT부서 근무 경험이 없었던 그로서 IT부서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건설업계도 고스란히 불황에 노출되는 시점에 CIO를 맡게 되면서 어깨가 무거웠다.
이 상무는 “국내외 건설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IT가 좀 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내부적으로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기업경영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UC로 해외 사업 지원=한화건설은 ‘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 2011’이라는 그룹 비상경영 기치에 따라 역량강화와 글로벌 선진건설사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올해 핵심 IT전략으로 삼고 있다.
현재 이 상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이다. 한화건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해외건설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기 위해서는 UC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상무는 “해외 수주를 많이 하고 있는만큼 관련 부서간 업무 연계가 아주 중요하다”면서 “세계 어디를 가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신규 투자 대부분을 UC 체계를 강화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IP 기반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등 UC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는 이미 구성해 놓은 상황이다. 한화건설은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회사 메일과 전자결제 등 회사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 영업부서에 적용한 후 올 하반기에 전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ERP 업그레이드 작업 한창=이 상무가 또 하나 중요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이 국제회계기준(IFRS) 시행에 따른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ERP 업그레이드 작업이다. 한화건설은 2001년 오라클 ERP를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자사 공사관리시스템(PMS)과 연동시켜 건설 현장과 본사 간의 예산, 설계, 구매, 시공 등의 업무들을 원스톱(One-Stop)으로 단일화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에 IFRS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한화건설은 해외사업장을 통합하고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라클 e비즈니스스위트12 버전으로 전면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금흐름 기반의 경영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자금관리 고도화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이 상무는 “지금까지는 미수금 등을 본사에서 직접 관리해 왔지만 현장소장들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 적용에 적극 나서=이 상무는 ‘배움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새로운 IT 기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상화와 IT서비스관리(ITSM)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또 건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을 건축, 토목, 주택 및 플랜트 등 전 사업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BIM은 3차원(3D) 입체 설계를 통해 건축물을 시각화하고 각종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툴이다. 현재 TF팀을 구성해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다.
이 상무는 “현재 한화건설이 뚝섬 서울 숲 인근에 분양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에 BIM 기술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도면오류나 간섭현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물량 내역을 자동화함으로써 비용에 대한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내년에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진행할 계획이다. 1996년 주전산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 계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IT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IT부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현업과 현장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로 IT를 보다 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상무는 “내부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IT 기획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또 야근이 많은 IT 직원들에게 자기계발 시간과 함께 쾌적한 업무 환경에서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